Page 15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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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안거 2 / 그 노스님
그 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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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다 간 월
누가 스님을 그립다 하느냐고 책망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2 호 월
노스님이 그리운 것을 어쩌랴. 나에게는 지애롭기 그지없던 노
스님의 미소가 거친 세파를 건너는 나룻배였으니 말이다.
어느 겨울 노스님의 옆방을 차지하고 살았었다. 한 겨울 내내
감기를 곁에 두고 사시던 노스님은 늘 미안해 하셨다. 부처님들
괴롭히는 일이라며 안으로 안으로만 기침소리 뱉으셨다.
그리고 넌지시 한 말씀 건네셨다.
“산 물건이나 죽은 물건이나 다 부처여”
무엇을 향해서라도 아낌없이 내려놓으시던 자비로움이여.
지금도 거울로 남아 나를 비추고 있는 불멸의 법어들이여.
흐르는 세월은 바람 속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오르는 새도 따
라잡지 못할 것이다. 따라가 봐야 뒷모습만 새의 눈앞에서 아른
거릴 뿐, 그런 세월 탓할까. 노스님 입적하셨다는 소식 와 닿았
다. 노스님 두고 가신 빈자리 찾아갔더니 눈물이 절로 났다. 세
속살이가 너무 아픈 시간이었다. 아니면 마음 속 잔잔하던 그리
움이었나.
누구나 살면서 그리움 건져 올릴 그물 하나쯤 마음에 걸어두
고 살 것이다. 때로는 그 그리움이 힘이 될 때도 있다는 걸 모를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