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붓다 2020년 1월호 (Vol 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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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는 불서이야기
듯, 불교의 핵심 교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틱낫한 불교』가 수많은 불교교리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교리의 이론
적인 설명에만 치우치지 않고, 지금 현재 우리가 처한 실생활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틱낫한 스님의 섬세한 감성으로 불교교리의 핵심을 간파
하고, 붓다의 가르침이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속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불교의 핵심 교리를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견해의 필요성도 역설한다.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네 가지 고귀한
진리(사성제)’를 예로 들자면, 기존 구성 방식의 틀을 바꿔 다른 방식의 구
성을 시도한다. 즉 ‘고통[苦]-고통의 생성[集]-고통의 생성의 소멸[滅]-고
귀한 여덟 가지 길[道]’이라는 기존의 순서가 아닌, ‘깨달음[滅]-깨달음에
이르는 고귀한 여덟 가지 길[道]-고통[苦]-고통에 이르는 고귀하지 못한
여덟 가지 길[集]’의 가르침을 제시한다. 매우 신선하다. 고통의 불교가 아
니라 기쁨과 행복, 열반의 불교가 된다.
네 가지 고귀한 진리(사성제) 가운데 첫 번째가 고통[苦]이므로, 자칫 불
교는 고통의 종교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붓다가
‘있는 그대로의 사물 안에서 행복하게 머무는’ 진리 또한 가르쳤음을 강조
한다. 마음챙김을 통해 ‘고통을 멈추는 길’을 인식하고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확신하며 주장한다.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가장 순수한 방법
『틱낫한 불교』는 붓다의 가르침 전반을 한눈에 살펴보기 좋은 책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오랜 시간과 다양한 공간을 거쳐 오면서 중관불교, 유식
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 여러 갈래로 분화되었고 의미 역시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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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되었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기 전에 불교교리 전반에 대
불서이야기
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불교의 원음이 담긴 초기불교의 근
본 가르침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