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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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제에서 사홍서원까지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은 늘 같은 이치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이렇
게 이야기하고, 장소가 바뀌거나 다른 대상에게는 또 다른 설법을 하신
다. 부처님은 근기를 보고 설법하기를 잘하시므로 때론 ‘있다(有)’고 하시
지만 때론 ‘비었다(空)’고도 하신다. 때론 ‘성품(性)’을 논하시기도 하고 때
론 ‘모습(相)’을 이야기하시기도 한다. 때론 ‘본체(體)’를 강연하시기도 하고,
때론 ‘쓰임(用)’을 논하시기도 한다. 그러므로 불도를 배우려면 문자의 겉모
습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하고, 가르침에 의지하되, 다른 것에 의
지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알아야 한다. 불법에 의지해 발심하여 원을 세우
고, 정진함에 나태하지 말며, 복덕의 인연을 적극 모으고, 고집멸도를 이해
하는 데서 출발해 사홍서원을 실천한다면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어
려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불교계에서는 바르지 못한 학설들이 참 많이 있다. 물론 지혜와
혜해慧解 능력이 다르므로 불법에 대한 인식 역시 깊고 얕음, 날카로움과 둔
함의 분별이 생긴다. 다음에 나오는 동쪽과 서쪽의 두 절에 살고 있는 두 사
미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동쪽 절 사미와 서쪽 절 사미는 스승의 심부름으로 종종 채소를 사러 시
장에 가곤 했다. 동쪽 절의 사미는 조금 우둔하고, 서쪽 절의 사미는 비교
적 총명한 편이었다. 하루는 채소를 사러 가는데 사거리에서 두 사람이 마
주쳤다. 동쪽 절의 사미가 서쪽 절의 사미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는가?”
“내 발이 가는 곳으로 간다네.”
동쪽 절의 사미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돌아가 스승
에게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어째서 대꾸조차 못했는지 그의 아둔함을 꾸
짖었다.
“너의 발이 가지 않는다면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물었어야지!”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나자, 동쪽 절의 사미가 서쪽 절
의 사미에게 또 물었다.
“오늘은 또 어디로 가는가?” “바람이 부는 대로 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