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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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
주는 인연이다. 어린아이가 즐겁게 놀고 있을 때는 부모가 생각나지 않는
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좌절을 겪게 되면 울면서 엄마,
아빠를 찾기 시작한다. 학생, 부하, 사부대중 등도 모든 일이 순조롭고 편
안하고 즐거울 때는 상관이나 책임자를 찾지 않는다. 일단 해결하기 곤란
한 일이 생기면 부랴부랴 누군가를 찾아 하소연을 한다.
좌절, 괴로움, 어려움 등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 원
인을 찾지 않고 결과만 놓고 비교한다. 그러므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때
는 분명 업이 쌓이게 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일깨워주고 알려주
어야 한다. 괴로워야 도와주고 제도하러 오는 것이니, 이것을 괴로움으로
인해 불도에 든다고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괴로울 때 부모는 반드시 자녀를 대신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자 한다. 학생에게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학생을 위해 문제를 해결해 주려
는 선생님도 반드시 있다. 고통받는 자녀와 학생은 어른의 도움을 바라고,
힘 있는 어른은 반드시 학생들의 어려운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길 원한다.
괴로움과 그 원인이 번뇌라는 것으로 시작하는 사성제는 당연히 괴로움과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큰 서원을 가진 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성제와 사홍서원은 자연스럽게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윤회를 반복하는 고난의 중생은 당연히 안전한 피안의 세상을 갈구하지
만, 그곳으로 건네 줄 배가 어디 있는지 몰라 괴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인
간의 스승이 될 만한 성현이라면 수많은 구조 장비를 갖춘 커다란 서원의
배를 타고 곧 가라앉을 것 같은 중생을 피안에 오르도록 데려다 줄 수 있다.
미혹에서 헤매는 중생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하늘의 태양도 보이지 않아 괴
로운데, 마침 이끌어주는 스승이 있어 불도를 익히고 장애를 초월하여 맑
은 햇살이 가득한 열반에 들도록 인도해 준다면, 이것을 출세간하여 열반
에 들게 한다. 이렇게 하려면 ‘사홍서원’을 낸 성자가 인연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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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의 4대보살은 사홍서원을 각기 대표한다. 그들은 사성제에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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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해결사일 뿐만 아니라, ‘멸도’의 완성자이기도 하다.
①관음보살은 커다란 자비심을 갖고 모든 세계를 노닐기 때문에, 세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