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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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한가족
보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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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행
여래사 불자
우리 가족은 사정상 명절을 당일이 아닌 명절 전후로 양가에 다녀온다. 대신 명절날은 친정아
버님과 몇 친척 분들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여래사에서 합동차례도 지내고 공양간 봉사를 한다.
싫다고 할만도 한데 몇 년째 내 뜻을 따라준 아이들이 항상 고맙다. 봉사가 끝나고 아이들과 저
녁을 먹으며 때론 찜질방에서 그날 봉사하면서 느끼고 알아차림을 이야기 하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기특해 농담 겸 덕담을 해주시는 총무스님(여상스님)이 아이들은 너무나 좋았다 한다.
대보름이 다가오는 지금도 아이들이 총무스님 이야기를 한다. 봉사를 하면서 보여지는 몇 몇
보살님의 행동이 아이들 눈엔 큰 공부가 된 듯하다.
“엄마!
삼보귀의 하라고 듣고 배웠습니다.
스님이 지나가시는 데 비켜 드리기는 고사하고 먼저 지나가겠다는 보살님….
스님 말씀하시는 데 중간에 끼어드는 보살님….
이분들도 보살님입니까?”
이렇게 묻는 큰아이의 말에 얼굴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니 가슴이 답
답해서 봉사활동을 끝까지 마무리 못하였다고 한다. 출가를 하면 아무리 속가의 나이가 어려도
삼보귀의 하라고 하였다. 최근 베트남을 여행 중인 지인께서 탁발을 나오신 어린 동자승을 극진
히 대접하는 보살의 사진을 보내 주셨다. 느끼는 게 많은 사진이었다.
절에 오래 다녔다고 진정한 보살은 아니라고 본다.
절에서 봉사를 많이 하였다고 대보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살의 뜻을 새기며 행하고 마음
을 내어 행하는 게 진정한 보살이라고 생각한다. 『금강경』의 보리심의 뜻을 새기고 내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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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말과 행을 해야 할 듯싶다. 내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가 짊어지라고 한 적은 없다. 내 자
사 구 룡
신부터 버리고 ‘저는 ○○보살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보살이
한 족 가 아니다. 아이들과 주변사람들을 거울로 생각하며 한발씩 보살의 길로 발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