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붓다 2018년 11월호 (Vol 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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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
③ 오계를 받아 지닌 뒤 반드시 채식을 해야 하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삼보에 귀의했을 때처럼 수계한 뒤에도 특별히 음식을 규제하는 것
은 없다. 그러나 계율에 특별히 먹지 말라고 하는 규제는 없지만, 불교는 사람이라면 자비와
도덕을 갖추고 살생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불법에서 말하는 ‘삼정육三淨肉’, ‘육변채六邊菜’와
‘육재일六齋日’, ‘조재早齋: 아침공양’ 등이 일종의 방편이다. 그러므로 수계 후 자비롭고 도덕적
인 수행자가 되도록 스스로 신심을 정화해야 한다.
④ 불교는 ‘인과업보’를 말한다. 우리가 돼지, 소, 양 등을 먹고 장차 그것들로 환생하는 업보
를 받거나, 개미나 파리 등을 잡아 죽여 그것들로 태어난다면, 사람을 죽이면 사람으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은 그릇된 견해이다. 이런 삿된 견해에 집착하는 사람은 파견破見을 가진 것이다. 파견
을 가진 사람은 ‘파계破戒’보다 더 무섭다. 계를 위반한 파계는 개인적 행위의 과오이며 참회하
여 개선할 수 있다. 진리를 잘못 이해한 파견은 근본 사상에 대한 착오이다. 파견을 가진 사람
은 불법의 진리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불도와도 영원히 인연이 없다. 그러므로 파계는 참회하
면 되지만, 파견은 참회가 통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파계한 사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면 새로운 삶을 살 희망이
있다. 그러나 파견한 사람은 병이 뼈 속까지 미쳐 백약이 무효한 것과 같다. 정치적 사상범의
죄가 더 무거운 것처럼 말이다. 불교의 계율 측면에서도 잘못된 사상과 견해가 있다. 신견身見,
변견邊見, 사견邪見, 견취견見取見, 계금취견戒禁取見 등 인과의 다섯 가지 견해는 모두 번뇌의 원
흉이자 도를 이루는 데 장애가 되는 근원이다. 그러므로 불법을 수학하는 사람은 먼저 바르게
알고 바른 견해를 길러야 한다. 계를 받은 뒤에는 모범적인 행동을 하고 스스로를 규제할 줄
알아야 하며, 잘못을 범했더라도 참회할 줄 알아야 한다. 계율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계
율이 있기에 평화롭고, 계율이 있기에 안전하며, 계율이 있기에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⑤ 오계를 받아 지닌 뒤 일상생활에서 파리나 개미 등을 잘못 죽였다면 이것 역시 살생인가?
불교의 계율 측면에서 보면 살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라이(波羅夷: 무거운 것)이다.
바라이는 ‘구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기죄棄罪’라고도 한다. 살인 정도가 ‘바라이’의 죄에 해당
된다. 이것은 계율 중에 근본이 되는 큰 계이며, 참회로도 통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바퀴벌레, 곤충 등을 해쳤다면 나쁜 행동에 속하며 돌길라를 범
한 것이다. 죄를 지은 것은 같지만 사람을 죽인 것과는 다르다. 살생은 물론 잘못이지만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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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보상하며 대신 좋은 일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방생하거나 생물을 보호함으로써 죄를 소
불 교 인 간
멸하는 사람도 있고, 참회와 발원 등으로 업장을 소멸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