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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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샘물 길어올리기





                                세월의 옹이 풀어내기





                                                     ●
                                                   박상준
                                         고전과 호흡운동연구실 <뿌리와 꽃>















                  고전의 샘물을 길어 올린다. 그 샘물로 차를 달여도 좋고 그냥 마셔도 좋다. 동이에 가득 담
                 아놓고 과거의 아픈 상처를 우려내면 아픈 상처가 씻겨나간다. 향기로운 추억 한 조각을 담가
                 두면 세월은 차츰차츰 거슬러 오르면서 현재는 물론 내일 모레까지도 향기로운 시간이 펼쳐
                 지게 한다. 고전의 샘물은 아픈 세월의 옹이도 풀어준다.
                  우두주사 자국이 처음에 주사를 맞았을 때의 모양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넓어지고
                 커지듯이 과거의 아픈 상처나 뼛속의 멍울도 그냥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고 덩어리가 커지고 단단해진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견딜만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이 덩어리가 저 깊은 속에서 덜컹거리면서 불편함을 호소한다. 불편함을 호소
                 하는 덩어리에 고전의 샘물을 부어준다. 차츰차츰 덩어리가 녹아내린다. 덩어리가 사방팔방
                 누르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편안하게 호흡을 고른다. 멀리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
                 아서 딱히 어떤 증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모르게 편치 않았던 곳들도 한결 더 편안해
                 진다.

                  담담하게 옛 시 구절도 길어 올리고 산문 구절도 길어 올려서 최첨단 향료도 첨가해보고
                 첨단 향료에 고전의 샘물을 부어보기도 하면 샘물의 다채로운 맛과 향기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흡수된 샘물향기가 혈맥을 따라 흘러가노라면 혈관 벽에 수십 년을 굳은 채로 붙어있던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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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조각도 스르르 풀어지고 혈액 속에 둥둥 떠다니면서 혈액의 흐름을 뒤틀리게 하고 있던
      고 의 전
                 조각뭉치들도 부드럽게 녹아 흐를 것이다.
        샘 물       서계 박세당 선생이 새봄을 맞이하면서 지은 시 한 수를 길어 올려 읽어본다.
        길 리 기 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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