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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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옹이 풀어내기
靑山不改色
청산은 빛깔을 바꾸지 않고
청산불개색 37
월 간 다 붓
流水不改聲
유수는 소리를 바꾸지 않나니
유수불개성 3 호 월
唯願主人翁
오직 바라건대 주인옹이여
유원주인옹
不改幽棲情
그윽하게 깃들어 사는 정취를 바꾸지 마소
불개유서정
빛깔은 눈에 들어오는 대상이고 소리는 귀에 들어오는 대상이다. 청산은 계절 따라 모습을
바꾸기는 해도 사계절 전체를 놓고 보면 작년 겨울 모습을 금년 겨울에도 유지하고 제작년 봄
의 모습이 금년에 크게 변하지 않고 십년 전의 여름 모습을 금년 여름에도 보여주고 백년 전
의 가을 모습을 거의 변화시키지 않고 삼년 전 가을에도 보여주었다.
청산 속의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계절 따라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해
도 일 년 전체의 소리를 놓고 보면 천년 전에 내던 소리를 559년에도 소리가 크게 변하지 않
았으며 631년 후에도 아마 크게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깃들어 사는 사람은 사람 자체도 바뀌고 생각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왔다갔다 하다
가 되돌아오기도 했다가 다시 옆 동네로 가기도 한다. 시인은 청산과 유수를 끌어들여 주인장
에게 넌지시 부탁을 하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이 골짜기에 살고 있는지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지금 그윽하게 깃들어 살고 있는 그 마음일랑 바꾸지 말아주세요 하고 말하고 있
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살고 있을 때 골짜기를 방문하는 것과 그 사람이 어디로 훌쩍 떠났을
때는 차이가 있다. 분명히 그 사람이 그 골짜기에 있을 줄 알고 찾아갔는데 새로운 얼굴이 “아
그 분이요. 한 삼년 오개월 전에 여기서 떠났습니다.” 하고 말하면 가슴 깊이 밀려오는 쓸쓸함
은 깊은 골짜기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有其人 其山重 그 사람이 있으면
유기인 기산중 그 산이 듬직하게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