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월간붓다 2020년 1월호 (Vol 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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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의 중흥조
旨의 근원임을 밝혔다.
휴정은 자신이 살았던 동시대 불교계의 수행풍토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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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붓다
오늘날 선禪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우리 스승의 법
이다.”라고 하고, 오늘날 교敎를 하는 사람들이말하기를, “이것은 1 월호
우리 스승의 법이다.”라고 하니, 한 법을 놓고 서로 옳고 그르다
고 하며 한 마디의 말을 가리키며 서로 다투는 격이다.
휴정이 제자 사명당에게 보인 글이다. 당시 불교계가 선교학을 둘러싸
고 의견이 분분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휴정은 당시 수
행자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하고 있다. 부처의 마음과 말씀
이 다르지 않지만, 수행자들은 둘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나눌 수 없는
불이不二의 한 법法을 놓고 옳고 그름을 논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과 교
를 구분하고 서로 우위를 다투었던 것은 불교계의 오랜 병폐였다. 불교가
밖으로 탄압과 소외를 받고 있었던 형국에서도 그들의 고집과 대립은 그
칠 줄 몰랐다. 때문에 휴정이 주장했던 것은 선과 교의 근원은 일치한다는
것이다. 휴정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굳이 이름을 붙
여 ‘마음’이라고 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배워서 안다고 하고 생각하여 얻는
다고 주장하여 가련한 일이라고 한 것이다. 휴정은 구체적으로 교학자敎學
者들이 “교敎 가운데 선禪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성문승聲聞乘도 아
니고 연각승緣覺乘도 아니고, 보살승菩薩乘도 아니며, 불승佛乘도 아니라
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선가禪家 입문의 초구初句일뿐 선지禪旨가 아니라
고 단언하였다. 이른바 선주교종禪主敎從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
록 선과 교가 일치하지만, 마음은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 휴정의 이와 같은 인식은 이후 조선불교계를 뒤덮었다. 이것이 휴정이
조선불교계에 끼친 세 번째 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