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월간붓다 2024년 4월호 (Vol 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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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마치 눈먼 사람이 해와 달을 볼 수 없다가 용한 의원을 만나 눈병을 고치


               게 되면 세상을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해와 달은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眞理라고 하

               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광명光明도 없다가 부처님이 오셔서 생겨난 것이 아

               닙니다. 본래 해와 달은 있었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볼 수 없다가 용한


               의원을 만나 눈병을 치료하게 되면 해와 달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

               니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 과거의 부처님이 하신 말씀이며,


               미래의 부처님이 하실 말씀이며, 현재 부처님의 설법”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열반은 그와 같아서 본래 없었던 것이 지금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지혜로 인식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구룡사의 본 법당이 있기 전, 천막 법당 시절 종무소 직원으로 있다가 출

               가한 스님이 며칠 전, 겨울인데 반 팔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묻습니다. “스

               님,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왜 그러십니까, 춥지 않으십니까?” “인위적으로


               라도 이렇게 하고 있으면 바깥에 있는 이들이 느끼는 추위나 고생을 체감

               으로 느끼지 않겠느냐. 그래서 나는 절 안에 있을 때는 한겨울에도 반팔 옷

               을 입고 밖에 나갈 때는 긴 팔을 입고 나간다.” 했더니 눈시울을 붉힙니다.


                  『죽창수필竹窓隨筆』을 쓴 중국의 주굉侏宏 스님은 “시주의 은혜가 일미칠

               근一米七斤인데 폐를 끼치고 있으니 보답할 길이 없다. 어떻게 해야 보답하

               고 어떻게 해야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주굉스님의 『죽창수필』은 또 언제나 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늘 생각해 보면 미진한 것도 많

               고, 아쉽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잘살아 보려고 하는 생각을 자문자


               답하듯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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