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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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이야기
달마 스님과 양 무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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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1.
중국의 선승들은 대화를 통해 상대가 스스로 견성성불見性成佛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
을 개발했는데, 이런 제자 지도 방법은 당시 중국 불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후대에도
계속되어 하나의 전통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대화들 중에는 선종 문하의 제방에서
모범적인 대화로 공인되기도 하였고, 이런 대화들은 시대를 거치면서 차츰 축적되어 갔다. 사
람들은 이렇게 종문宗門에서 공인된 이야기를 ‘공안公案’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 공안의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많은 ‘이야기 소재(話素)’들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
들 하나하나를 우리는 ‘화두話頭’라고 부른다. 화두가 모여서 공안이 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벽암록』 제1칙에 실려 있는 ‘달마불식達磨不識’ 화두話頭를 사례로 삼아, 중국
선종 역사 속에 드러난 화두의 생성·강의·참구를 살펴보자. ‘달마불식達磨不識’ 화두는 달마
와 양 무제(武帝 ; 464∼549, 502년 梁 건국)가 서로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
다. 이 이야기가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801년에 편찬된 『보림전』(원명은 『大唐韶州雙峰山曹溪
寶林傳』)이다. 그 후 『성위집聖胃集』(899년), 『조당집祖堂集』(952년),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1004년)
을 거치면서 세상에 널리 퍼졌다. 그 후 『천성광등록』(1023년), 『건중정국속등록』(1101년), 『연등
회요』(1183년), 『가태보등록』(1201년)을 지나, 다시 『오등회원』(1252년)과 『고존숙어록』(1267년)에
와서 중국 땅에 확고하게 정착된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려시대에는
진각국사 혜심(慧諶 ; 1178∼1234)의 『선문염송』(98話)에도 반영된다. 이 화두의 내용은 각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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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傳燈書에 따라 약간의 글자 출입은 있지만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선 교 불
설두 중현雪竇重顯 선사는 일찍이 지금의 절강성 봉화현逢化縣에 있는 자성사資聖寺에 주석하
이 기 야 면서, 전래되는 고칙古則 화두 100개를 가려 뽑고 그에 대하여 송頌을 붙였다. 세인들은 이것을
『설두송고雪竇頌古』라 한다. 선문학禪文學의 백미白眉이다. 그것 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화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