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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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이야기







                매이는 것은 물론, ‘이것’을 그리워하지도 말라고 한다. 그러니 불사를 많이 한 공덕이나, 또
                는 달마 조사의 권위 따위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것들에 얽매이면 자기 자신의 본래
                면목을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원오 선사가 ‘당나귀 잡아매는 말뚝’이라고 촌평을 붙인 것도
                이런 의도에서 한 말이다.
                  설두와 원오 두 선사가 각각 방법은 다르지만 이구동성으로 위에서 말한 것은 ‘이것’에 조
                차도 집착하지 말고, 또 사유나 언어로 이리저리 따지지 말아서, 일체의 사량과 분별을 단
                칼에 베어 버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원오 선사가 본칙의 평창에서도
                말했듯이,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와의 ‘이야기(話頭)’를 통해 일체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깨고, ‘자기 자신의 본
                래면목’을 당사자가 직접 체험할 것을 강조했다. ‘성스런 진리(聖諦)’조차도 없으니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임제 선사도 “그대, 내 앞에서 부처가 무엇이냐고 묻는 그대, 그대야말로 우

                리들이 스승으로 받드는 달마 조사나 부처님과 비교해서 다를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라고
                추궁한다. 이렇게 자기의 본래 면목을 체험할 것을 추궁하는 수행승들 간의 ‘이야기(話頭)’는,
                당대唐代에 많이 생산되었다.
                  저 선승들이 일관되게 목표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원오 선사가 <본칙>의 <평창>에
                서 말했듯이 “단전심인單傳心印하야 개시미도開示迷塗하야 불립문자不立文字하고 직지인심直
                指人心하야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이다. 더 줄여서 말하면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이것을 더
                줄이면, ‘견성見性’이다. 그러면 ‘견성’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길게 논증할 겨를은 없다. 「관음시식觀音施食」에서 <창혼唱魂>한 다음에
                내리는 <착어着語>로 그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해당 부분만 인용하면 이렇다.


                      영가님의 신령한 근본은 본래 맑고도 고요하여 새로울 것도 오래되었을 것도
                      없으며, 영가님의 오묘한 본체는 완전하고도 밝아서 태어나셨다느니 돌아가
                      셨다느니 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석가세존께서 마가다 도량에서 빗
                      장을 걸어 잠그고 침묵하셨던 소식이며, 역시 달마 대사께서 소림굴에서 면벽

                      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니련선하 강가에서 열반하시고 관 밖
                      으로 두 발을 보이셨고, 달마 대사께서는 파미르 고원을 넘어가시면서 짚신
                      한 짝을 손에 들고 가셨던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돌아가신 ○○○영가시여!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 불자들이시여! 맑고도 고요하며 완전하고도 분
      24 24
                      명한 이 한 마디를 아시겠소?
      선 교 불

        이 기 야     위의 인용문은 낮은 음으로 천천히 착어성着語聲으로 소리를 지어서 하는 것을 요즈음의
                사찰에서도 들을 수 있는데, ‘견성見性’에서의 ‘성性’이란, 위 인용문의 용어로 바꾸면 ‘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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