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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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 속의 명구名句 감상





                 신이 맡고 있는 염라대왕이라는 지위가 허깨비이고 꿈일 뿐이니 너무 채근하지 마시오 하고
                 말해줄 생각인데 이 생각이 생각으로 떠오를지 말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중기에 활동했던 허응보우 스님은 삶이 실체 없는 허깨비임을 알고 맡은 직책을
                 집착 없이 열정적으로 소화하고 떠난 분이다. 제주도에서 장형을 당해 세상을 떠났는데 떠날
                 때 다음과 같이 극적인 시를 남겼다.


                      幻人來入幻人鄕
                                         허깨비 사람이 허깨비 마을에 들어와
                      환인래입환인향


                      五十餘年作戱狂
                                         오십여 년 희극으로 미치광이 노릇을 했구나
                      오십여년작희광


                      弄盡人間榮辱事
                                         인간세상 영욕의 일을 희롱하여 마쳤으니
                      농진인간영욕사



                       脫僧傀儡上蒼蒼           승이라는 꼭두각시도 벗어던지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노라
                      탈승괴뢰상창창


                  연극배우는 연극을 하는 동안 배역에 푹 빠져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신이 연극을 하고 있음
                 을 안다. 너무 배역에 빠져 들어 자신의 목을 칼로 진짜 그어버린 배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는 그 장면에서 목을 긋는 시늉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네 삶은 실전 연극이면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상황상황이 너무 리얼하게 진행되
                 다 보니 이게 연극이고 영화임을 알아차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허응보우 스님은 자신을 떠나보내는 시를 지었고 당나라의 시인 왕유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시를 지었다.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의 아침비가 미세먼지를 씻어주니
                      위성조우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
      34 34                              객점의 푸르고 푸른 버들빛이 싱그러워라
                      객사청청유색신
      전 고
        속 의
        명 구
        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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