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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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가지 위로 부는 봄바람
勸君更進一杯酒
그대에게 한잔 술을 다시 권해 올리노니
권군갱진일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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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出陽關無故人 붓 다 간 월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이제 친구가 없다오
서출양관무고인
2 호 월
양관은 현재의 감숙성 돈황현 서쪽에 있는데 옛날에는 국경의 관문이었다. 국경밖 저 멀리
떠나는 친구에게 아침부터 한 잔 권하면서 이별의 소회를 달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시는 양
관곡陽關曲이라고 불리면서 이별의 시 중에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시이기도 하다.
위성은 진나라 때의 수도 함양이다. 한나라 때는 위성으로 불렀고 당나라 때는 서북쪽으로
떠나는 사람을 이곳에서 많이 이별했다. 미세먼지가 요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에서는 미
세먼지의 역사가 참 오래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는지
쿨쿨 잠을 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침, 마침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흘러내리면서 친구와의 사연도 씻어내주고 객점 저편에 서있는 버들잎에 묻은 먼지도
적셔준다. 비에 적셔진 미세먼지가 살짝 흘러내리면서 버들잎의 색이 푸른색을 드러낸다. 친
구를 보내는 아쉬움은 비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푸르게 돋아 오른다.
낮에 한잔 더 권하는 아침인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한 잔을 권한다.
그러면서 아침부터 권하는 핑계를 그럴듯하게 찾아낸다. 이제 국경의 관문인 양관을 벗어나
서쪽으로 나서면 그대에게 한 잔 권해줄 친구가 없다고 말이다. 떠나는 친구도 사양치 않고 받
았을 것이다.
이별의 시 <양관곡>을 꺼낸 것은 이제 고전 명구 감상 독자님들께 감사의 작별인사를 드릴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맡은 바 역할을 그야말로 열심히 묵묵히 소화하고 계시는 독자님께 한 잔
대신 당나라 두보의 시 구절을 올린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듯 하시는 모든 일이 한올 한올 풀
려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寒雪梅中盡
차가운 눈이 매화 속으로 녹아서 사라지니
한설매중진
春風柳上歸 봄바람이 버드나무 위로 돌아오네
춘풍유상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