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붓다 2018년 12월호 (Vol 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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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샘물 길어올리기





                   要看庵前雪壓松           암자 앞에 눈쌓인 소나무를
                  요간암전설압송            꼭 봐야겠구나


                  얇아서 종잇장 같은 이불을 덮고 있으니 잠이 들어주기가 힘들다. 돌아누울 때마다 한기가
                 쌔앵쌔앵 솟아난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밖은 등불이 꺼져있어 깜깜하기만 하다. 사미스
                 님도 하룻밤새 추위에 떨다가 종도 울리지 않았다. 울리지 않은 종소리가 더 컸는지 나그네는
                 새벽에 눈이 떠진 모양이다. 암자 앞에 서있는 소나무에 눈쌓인 것을 보려고 새벽문을 연다,
                 화악 밀려오는 찬기운이 얄밉기만 할 터이다.
                  문을 나서서 소나무를 바라본다. 가지가 휘어져 부러질 듯이 눈을 이고 있다.
                  백거이도 한밤중에 눈내리는 것을 묘사한 시를 지었다.


                  已訝禽枕冷
                  이아금침랭              이부자리 썰렁해짐을 이상히 여겨


                   復見窓戶明
                                     다시 바라보니 창문이 환하구나
                  부견창호명


                  夜深知雪重
                  야심지설중              밤이 깊어지자 눈이 많이 내렸음을 아는 건


                   時門折竹聲
                                     때때로 들려오는 대나무 꺾어지는 소리 때문이지
                  시문절죽성


                  이부자리가 갑자기 썰렁해져온다. 이상하다 싶어 바라보니 창문이 환할 정도로 눈이 내린
                 다. 이윽고 밤이 깊어진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눈이 많이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이따금씩
                 대나무 가지가 꺾어져내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눈을 무겁게 이고 있다가 투둑툭 부

                 러져내리는 대나무가지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백거이의 시 한 수를 더 읽어본다.

                  日高睡足猶慵起            해가 높이 솟고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일고수족유용기            일어남에 게으름을 부리는 건
      50 50
      고 전 의
                  小閣重衾不怕寒            조그만 집 두툼한 이불에
        샘 물       소각중금불파한            추위쯤은 두렵지 않아서라네
        길 리 기 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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