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붓다 2019년 10월호 (Vol 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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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카페 / 내연산 보경사 <보경선다寶鏡禪茶>
갖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햇살을 뽑아서 세월에 채워
둔 장독 풍경이 장관이다. 장독만 봐도 너무 가진 게 많
은 산사가 아닌가 싶을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는 고찰의
품격을 갖고 있다.
짐작컨대 장독엔 독을 풀어낼 우리 고유의 약들이 있
을 것이다. 사발에 부처님께 올렸던 공양밥 한 주걱만
얻어 고추장 한술에 비비고 고추를 된장 찍어 먹으면,
인간사 ‘화’로 채워진 묵은 독이 저절로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갈한 도량 한 복판, 고요로 다진 듯한 기
품을 뿜어내는 고령의 소나무가 있다. 오층석
탑만큼이나 어느덧 보경사의 상징이 되는 자
적광전을 보면 허둥대던 마음 한 자락이 잠 태라 포토존이 되고 있다. 이 소나무를 지나
시 얌전해진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도량을 둘 솔숲을 바라보는 자리에 위치한 찻집으로 들
러보라는 듯한 표정이 느껴져 그 순간, ‘역사가 어가 본다. 외형은 보경사 격에 맞는 건물은 아
머물던 자리가 좀 가난하면 어떠랴, 이렇게 향기 니지만 어엿하게 <보경선다寶鏡禪茶>라는 목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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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카페 롭고 아름다운 걸’ 싶다. 그러나 사실 보경사는 가난하 을 걸고 있다. 찻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형과 달리
지 않다. 보물도 있는 사찰이지만 사방 둘러보아도 편안 ‘아, 예쁘다’는 찬사가 저절로 나오는 분위기에 진한 커
하고 다정한 사람처럼 더 바랄 게 없는 아름다운 풍광을 피향이 퍽 괜찮다. 소박한 들꽃, 들풀과 제철 사과로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