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월간붓다 2019년 10월호 (Vol 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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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거두어 들인 마음 자리로 들어가다





            을 낸 듯, 안 낸 듯 자연의 분위기를 담아낸 인테리어가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한 건

            편안함을 준다.                                                                          어쩌지 못한 이유였을 테죠

               가을은 커피다. 아니 커피는 가을이다. 가을을 마시기

            위해 커피를 주문했다. 사람들은 추억을 태운다고 하지                                                     단풍에 키스하며 떠난 사람
                                                                                                                                                                   63
            만 곧 낙엽 되어 굴러다닐 추억은 가을에 태울수록 가슴                                                    이제, 커피 한 잔 하세요
                                                                                                                                                                    월간붓다
            에선 산불이 된다. 차라리 그냥 차 한 잔에 타서 마셔 버                                                                           -「단풍에 키스하며 떠난 사람」 전문-

            리는 게 답이다 싶다.
                                                                                                                                                                       10
                                                                                           산사에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산향을 풍긴다. 잘 우                                            월호

                  단풍에 키스하며 떠난 사람                                                        려진 산향을 커피로 마시는 동안 헛된 기약처럼 붙들고

                  여기, 커피 한 잔 하세요                                                        있던 그림자를 지우니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가

                                                                                        말한 것처럼 ‘나무의 발아처럼 자연’스럽게 무시로 드나

                  향기 잃은 꽃잎처럼 기억에 묻힌 그대                                                  드는 번뇌의 물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

                  한 모금 커피로 떠오르는 시간                                                      시 내연산 능선의 하늘을 바라보니 그 빛이 유난히 맑

                  건네준 스카프를 다시 두르고                                                       다. 역시 내연산은 하늘빛을 거두어 드린 자리를 잘 잡

                  함께 했던 산사를 걸었습니다                                                       은 산이고, 보경사는 그 숨결이 낭만적으로 흐르도록 자

                  법당 모퉁이를 돌아                                                            리 잘 잡은 도량이다. 때때로 이 도량에서 장맛으로 몸

                  노릇한 햇살에 마지막 인사하는 꽃잎을                                                  의 독을 풀고, 숨결을 고르게 한다면 마음 속 독은 자리

                  차마 어쩌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할 곳이 없지 않을까.

                  그대도 스카프를 건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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