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월간붓다 2019년 10월호 (Vol 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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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중흥의 초석을 마련하다②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할테니 쓸모 있는가 없는가를 살                                                찾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천문과 의술뿐만 아니

            펴보라는 정중한 부탁인 것이다. 벽송은 마침내 “다듬어                                              라 『중용』을 품안에 안고 『장자』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볼 만하구나.” 하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사람들까지도 의문난 점들을 풀어주었다. 걸출한 유생儒

                                                                                        生들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
                                                                                                                                                                   57
                  지엄대사가 스님 마음에 가득 끼인 안개를 걷                                              기기까지 하였다. 호남과 영남의 선비들 가운데 삼교三
                                                                                                                                                                    월간붓다
                  어내고 끓는 바다 같은 욕망을 말끔히 씻어주                                              敎에 통달한 이들은 모두 부용에게서 배웠다고 할 정도

                  고 부처님의 지혜를 쏟아 부어 주니 스님의 20                                            였다. 이후 부용은 8도를 다니며 그의 보따리를 풀어 제
                                                                                                                                                                       10
                  년 묵은 의심은 마치 커다란 골짜기에 겹겹으                                              자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었다. 스승 벽송의 뒤를 이어                                               월호

                  로 쌓였던 얼음이 한꺼번에 녹듯 풀렸다. 스님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의 불교를 지켜낸 것이다.

                  은 곧 지엄대사 앞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1571년(선조 4) 마침내 부용 영관은 세납 87세, 법납

                  연이어 찬탄하면서 “참으로 제 스승이십니다.”                                             72세로 사바세계를 떠났다. 시자 법융法融·영응靈應과

                  라고 하였다.                                                               대선大選이었던 정원淨源·신옹信翁, 선덕禪德이었던 진

                                                                                        기眞機·도의道義 등이 스님의 영골을 수습하여 연곡사

               청허 휴정이 정리한 부용의 행장 가운데 일부분이다.                                             燕谷寺의 서쪽 산기슭에 부도를 세워 봉안하였다.

            깨침에도 시절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20여 년 동안을 아

            뇩다라삼막삼보리를 터득하기 위해 잠 못 들게 했던 번

            민을 순식간에 해결했던 것이다. 부용은 이제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부용은 스승 벽송이 세상을 떠나고 3년 후부터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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