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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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시식>에 담긴 불교 정신







                 을 통하여 사자상승師資相承의 ‘맥脈’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수행 종단에 있어서 대단히 중
                 요한 전통이다. 자비스러운 ‘성중’을 중심으로 ‘승단’이 꾸려져야 한다. 위와 같이 ‘맥’을 이어                              27
                 가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일정한 지역 내에 있는 ‘출가 불자’들은 소위 결계結界 대중이 되어                                  간 월 붓 다
                 수행을 지속해 가고 있다. 그리고 ‘출가 불자’들은 자신의 수행의 여가를 활용하거나 때로는
                 자신의 수행을 양보해가면서 ‘재가 불자’들을 지도해왔다. 이리하여 하나의 ‘교단’을 형성해서                                         3 호 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재가 불자’의 신행 생활이 주제이므로 ‘출가 불자’의 교육 현
                 실 및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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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에서는 간단하게 ‘출가 불자’의 신행에 대해에 살펴보았다. 자, 그러면 ‘재가 불자’는 세
                 속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신행 생활을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역시

                 한국불교의 전승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전승의 이념은 ‘법성’ 사상이고, 형태는
                 재齋를 올리는 것이었다. 재래적으로 ‘재가 불자’들이 절에 가는 경우는 재齋를 올리러 간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 지장재일, 관음재일, 약사재일, 산신재일, 그리고 장례와 천도를 비롯한
                 사자의례死者儀禮 등에 절에 간다. 생축生祝으로 절에 가는 경우도 있다. 이 재에 사용되는 각
                 종 의식문을 자세하게 검토해보면, 그 내면에는 법성 사상이 깔려 있다. 이 법성 사상이 때로
                 는 화엄의 옷을 입고, 때로는 미타 정토의 옷을 입고, 때로는 남종선의 옷을 입고 여러 모습
                 으로 의식에 표출된다. 많이 사용되는 <관음시식>의 일부를 통해 이를 되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거불성擧佛聲’으로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양대보살과 인로왕보살을 청
                 해 모신다. 그리고 해당하는 영가의 영혼과 법계의 영혼을 청혼請魂한다. 다음에는 이 영가들
                 을 대상으로 착어성著語聲으로 “영원담적靈源湛寂, 무고무금無古無今, 묘체원명妙體圓明, 하생하
                 사何生何死 …….”라고 천천히 낮은 소리로 법문을 한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이 자리에 오신
                 영가시여! 당신의 본래면목은 맑고 고요하여, 오래 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소이다. 그 오

                 묘한 본바탕은 완전하게 밝은데 무슨 죽음이 있고 생겨남이 있으오리까? …….” 이렇게 선禪
                 법문을 한다. 법문 중에 최상의 법문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돌아가신 분에게도 법문의 기

                 회를 마련해 드리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재가들의 신행 생활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재가불
                 자들은 반드시 절에 가서 법문을 들어야 한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말이다.
                  다시 <관음시식>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법문을 일러주었는데도 영가가 ‘자신의 본 마음’을
                 단박에 체험하지 못하면, 신통력이 매우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한 편
                 일러드린다. 또 『화엄경』의 핵심 게송 즉 4구게도 읽어드리고 각 종 진언眞言도 읽어드린다.
                 그런데도 못 깨치면, 이때에는 영가들을 불러 모셔 차례로 자리에 뫼시어 앉혀놓고 음식을 대
                 접한다. 먼저 차를 대접하는 장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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