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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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철학으로 자리 매긴 정토신앙
님의 가르침, 출가 공동체, 이 넷을 믿는 것이다. 보통, 경전 속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 내지는 신앙을 말하고 있는데, 『대승기신론』은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다시피, 25
‘대승’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승’의 입장에서 믿어야할 또는 귀의해야할 대상을 명 월 다 간 붓
시하고 있다. 그 특징이 드러난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진여의 근본’이다. ‘진여의 근본’이
란 ‘일심’을 말한다. 다른 말로 ‘자성청정심’을 말한다. ‘연기-무상-무아’의 공성을 유지하 4 호 월
면서도, 고요하면서도, 신령스러우면서도,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일심’의 작용이
다. 이것을 화엄교학의 학승들은 ‘공적영지空寂靈知’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일심’의 바탕
위에, ‘불-법-승’의 삼보가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 대승 불교의 특징이다. 소위 초기불교
를 대변하는 북방의 <아함부 경전>이나, 남방의 <니까야>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
는다. 그러면 대승에서 말하는 수행이란 무엇인가?
‘수행’이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지관, 이렇게 다섯 실천행을 말한다. 다섯 실천행 중
에서 다섯째의 ‘사마타-위빠사나’ 수행에 대해 『대승기신론』에서는 많은 설명을 한다.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의 끝 부분에 정토신앙과 매우 관련된 중요한 말씀이 있
어 인용한다. 이 대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오늘에 전해지는
우리의 신앙 현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정토신앙과 우리의 정토신앙이 다른 핵심을
바로 아래의 인용문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중생은 애시 당초 부터 이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수행법을 배워 바른
믿음을 얻으려고 하지만, 마음이 약한 이들은 (자신이) 이 사바세계에 살고 있
기 때문에 부처님을 항상 만나서 몸소 받들어 공양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
로 걱정하며, 결국에는 자신이 신심을 내지 못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포기하
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는 마땅히 알아라. 부처님에게는 뛰어난 방편이
있어서 (그들이) 신심을 내도록 보호하고 품어주신다는 것을. 이른바 오로지
하나에 집중한 마음으로 염불한 인연으로 타방의 부처님 나라에 환생하여
그곳에서 항상 부처님을 친히 뵙고 영원히 악도惡道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
는 일이다. 예컨대, 정토부의 여러 경전에서 어떤 사람이 서방극락세계의 아
미타불阿彌陀佛을 전심전력으로 생각하여 그가 닦은 선근으로 회향하여 그
세계에 환생하기를 소원하면 곧 왕생往生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곳에서 항
상 부처님을 친히 만나기 때문에 결코 물러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부처님의 진여법신을 관觀하여 항상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마침내 왕생하여
바른 선정(正定)에 머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