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P. 28
선불교 이야기
3.
이 점에 일찍이 주목한 분은 역시 위에서 말한 신라의 원효 스님이다. 원효 스님은 『무
량수경종요』라는 해설서를 집필하여 이 점을 분명하게 했다. 이 책은 정토신앙을 보급하
시는 정목 강백께서 번역하여 읽기 쉽게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붙여서 출판했다. 『무량
수경종요』(정목 역, 비움과 소통, 2015년)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의 71쪽에는 이 점이 분명하
게 제시되었는데, 이는 대승의 본질을 통찰하신 안목이고, 원효 성사의 본뜻을 밝히신 대
목이라고 생각된다.
“일심의 도리를 깊이 이해하고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 일심 정토에서 동체
대비를 실현하는 것이 불교의 큰 뜻이다. 『무량수경』은 불교의 큰 뜻을 실현
하도록 쉽게 일러준 가르침이다. 『무량수경종요』는 타방 정토를 버리지 않고
일심 정토를 논하는 특별한 논서이다.”
이어서 정목 스님은 이렇게 해설하고 있다. 수행에 있어서는 부처님처럼 돈오돈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타의 보살들은 돈오점수하신다. 중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목 스님의
해설(74쪽)에 따르면, “선오先悟란 먼저 연기 또는 일심의 도리를 깨치는 것이고, 후수後修란
깨달은 지혜를 얻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계신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선
오先悟에서 무엇을 깨달으라는 말인가? 그것은 ‘일심’이다. ‘일심’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정
리한 경전이 바로 『원각경』이다. 그 첫 대목에는 대승의 정토신앙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관점을 제시되어 있다.
“어느 날 바가바(bhagavat)께서 다음과 같이 하시는 것을 제가 보고 들었습니
다. (그 분께서는) 신묘하고도 막힘이 없고 광명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가셔서
오로지 삼매에만 몰두하시어 수많은 여래들과 함께 찬란한 빛으로 서로서로
를 비추시며 계셨다. 이곳은 모든 중생들이 본래부터 간직한 ‘깨끗한 깨침의
자리(淸淨覺地)’로서, 몸이니 마음이니 하는 일체의 겉모양이 완전히 사라져
평등하고 끝이 없어 온 세계에 꽉 차 있다. 그곳에서 둘이 아님(不二)을 수순
하시며, 둘이 아닌 상태에서 여러 종류의 정토를 드러내셨다.”
26 26
“신묘하고도 막힘이 없고 광명이 가득한 곳”이란, 『보성론』에서는 ‘법계장法界藏’이라 했
교 선 불
고, 『대승기신론』에서는 ‘심진여心眞如’라 했으니, 모든 중생과 부처님들에게 공통적으로 간
이 기 야 직되어 있는 ‘본원本源 자리’이다. 유식종에서 법성토法性土라고 하고, 천태종에서는 상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