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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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시詩



                                                 모래




                                                     ●
                                                  현담 스님







                                  언제 그렇게 사막이 들어왔는지

                                  몸에서 셀 수 없는 모래가 쏟아져 나온다
                                  붉은 양귀비꽃 솜털처럼

                                  눈에서 머리에서 심지어는 배꼽에서도 나오는 것같다

                                  초승달이 들어왔는지
                                  길 잃은 낙타가 들어왔는지

                                  폐위된 마지막 칸이 산다는
                                  자이푸르 푸른 성벽에는 내가 쌓은 모래로 높다

                                  잘 익은 세상은 이런 것인가
                                  방금 화덕에서 구워낸 난 한잎 베어물고

                                  용맹스런 무굴의 병사들이 돌아오는 시간

                                  이 모래 다 빠져나가면
                                  촘촘한 양털 카펫 위에서

                                  내 생은 이제 좀 가벼워지나









      30

      자 과 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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