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붓다 2018년 11월호 (Vol 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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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샘물 길어올리기



                  부스럭 만두소리에 얹혀지는 만두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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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고전과 호흡운동연구실 <뿌리와 꽃>







                 가을뜨락에 빗소리가 스며들어 밀려온다. 저절로 상념에 젖어들다가도 퍼뜩 깨어나게 된다.
               풍경소리가 상념을 부수어주는 줄은 알았지만 낙엽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상념을 깨워주는 줄
               은 이제 알겠다. 깨어났다가 다시 상념에 젖어든다. 두두둑 빗소리가 다시 상념을 깨운다. 잠시

               정신을 차렸다가 빗소리와 함께 상념 속으로 아예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
                 권우의 <가을날>이라는 한시를 읽어본다.


                 竹分聚影侵書榻
                                   대나무는 푸른 그림자 나누어 책상에 스며들고
                 죽분취영침서탑


                 菊送淸香滿客衣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어 나그네의 옷소매를 채우네
                 국송청향만객의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떨어져버린 낙엽도 기세를 부리는구나


                一庭風雨自飛飛
                                   온 뜰에 비바람소리 저절로 흩날리네
                 일정풍우자비비



                 아직도 푸르른 대 그림자가 책상 한켠으로 스며들어온다. 푸른 빛마저 들어오는 듯하다. 때마
               침 국화향기도 동참해서 들어온다. 때로는 진하게 밀려오기도 하지만 은은하게 밀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한참 있다가 아 국화향이 지나가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지기도 한다. 떨어진 낙엽
      50 50
               이 기세를 부릴라치면 무섭게 기세를 부린다.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우
      고 전 의
               몰려가기도 한다. 가다가 멈추기도 한다. 한두 개의 낙엽이 대열에서 이탈해 제멋대로 움직이
        샘 물    기도 한다. 온 뜨락에 빗소리와 낙엽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뒹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덧 잠
        길 리 기 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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