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붓다 2018년 11월호 (Vol 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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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샘물 길어올리기





                   將喩紅爐火裏蓮
                                     붉은 화로 속의 연꽃과 같다고 비유해야 하리
                  장유홍로화리연


                   莫謂無心便是道
                  막위무심변시도            무심이 도라고 말하지 말지니


                   無心猶隔一重關
                                     무심이라 해도 한겹의 관문이 가로막고 있느니라
                  무심유격일중관


                  동안 상찰스님의 게송이다. 산중 운무에 잠겨있는 오두막집의 빗장이 한겹의 관문인 걸까.
                 나뭇잎 떨어져내리다 드러난 까치집은 혹 이 소식을 알고 있지 않을까.
                  붉은 화로 속에서 처연히 피어오르는 연꽃과 같다고 비유할 뿐 다른 도리가 없다. 섣부르게 무

                 심이 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 겹의 관문에 가로막혀있기 때문이다. 알쏭하기도 하
                 고 달쏭하기도 하다. 그냥 내버려 둘 일이다. 그냥 내버려 뒀다는 것 조차도 잊어버릴 일이다.
                  서거정이 만두를 보내준 것에 고마워하는 시를 읽어보자


                  朱榼初開見
                                     붉은 찬합 막 열어보니
                  주합초개견


                   饅頭百似霜
                  만두백사상              만두가 서릿발처럼 하얗구나


                   軟溫宜病口
                                     부드럽고 따뜻하여 병든 입에 딱 맞고
                  연온의병구


                   甛滑補衰腸
                  첨활보쇠장              달달하고 매끄러워 쇠해진 장을 보해주네


                   甕裏挑梅醬
                                     단지 속에는 매실로 담근 장을 담았고
                  옹리도매장
      52 52
      고 전 의
                   盤中擣桂薑
        샘 물       반중도계강              사발엔 계피와 생강을 찧어서 담았구나
        길 리 기 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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