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붓다 2018년 11월호 (Vol 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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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만두소리에 얹혀지는 만두향기
잠해져버린다.
이공무의 <길을 가던 중에[途中丁]>라는 시 한편을 함께 읽어본다.
馬啼霜踏白 51
말발굽은 서리를 밟아서 하얗고
마제상답백 다 붓 월 간
牛角日迎紅 11 월 호
우각일영홍 소뿔은 햇빛을 받아서 붉으스름 나뭇잎 떨어져나가자
樹脫禽身露
새의 몸이 드러나 보이는데
수탈금신로
山扉鎖霧中
산속의 빗장문은 안개 속에 잠겼구나
산비쇄무중
서리를 밟고 달려온 말발굽이 하얗게 빛나는데 가만히 서있는 소뿔은 아침햇살에 붉으스름
하게 침묵을 지킬 뿐이다. 우수수 떨어져내는 낙엽 사이로 까치집이 덩그라니 모습을 드러낸
다. 굳이 까치집이 아니어도 좋다. 빗장 걸린 산중의 집이 아직은 짙은 연무 속에 잠겨 있다.
마음속에 잠겨 있는 심인心印은 더욱 알 길이 없다.
問君心印作何顔
묻노니 심인은 어떤 얼굴이기에
문군심인작하안
心印何人敢授傳
심인을 누가 감히 전수한다 하는건가
심인하인감수전
歷劫坦然無異色
역겁탄연무이색 역겁토록 평등할 뿐 다른 색깔없으니
呼爲心印早虛言
심인이라 부름이 벌써 헛소리일뿐
호위심인조허언
須知本自虛空性
수지본자허공성 본래 허공의 성품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