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붓다 2018년 12월호 (Vol 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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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종의 종조를 다시 생각하자
은 하택종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 호적 박사에 의해 편집된 돈황문서 『신회화상유집』을 보면,
신회의 사상에는 교학가의 번쇄한 사변적 요소는 볼 수 없다. 거기에서는 시종일관 자기의 성 27
품을 단박에 깨달아 무심하게 살 것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간 다 붓 월
그런데 규봉종밀 선사는 하택신회의 선사상과 청량징관의 화엄교학을 하나로 어우르려는
철학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노력의 산물이 이른바 선교일치이다. 그러나 하택신 12 월 호
회의 사상에는 교가의 점수적인 요소는 없다. 선종문하에서는 하택 선사를 ‘지해종도’라 하여
얕잡아 본다. 그러나 이 비난의 원인은 모두 규봉종밀이 제공한 것이다. 규봉종밀 선사는 선
종의 하택선사와 교종의 청량징관 국사의 사상을 통일 종합하려했던 것이다.
선종의 종지를 생각한다면, 규봉 선사나 보조 스님처럼 돈오점수나 정혜쌍수 등의 이론을
내서는 안 된다. 또 낼 수도 없다. 하택 선사야말로 선종사에서 복권시켜야 할 인물이다. 하
택 선사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뒷날 종밀이 나타나 하택 선사를 자신의 스승이라
고 받들면서 하택종이라는 있지도 않은 종파를 만든 것이다.
4.
중국의 선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름대로 전파되다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송나라와
원나라 선종과 교류를 한다. 이때 고려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선종의 큰 주류는 임제선풍이
고 그들은 화두참구를 귀하게 여겼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 계속된다.
그런데 조계-태고의 분규과정에서 세속적인 시비로 보조 선사가 선맥의 중요한 자리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