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월간붓다 2018년 12월호 (Vol 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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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붓다는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풍자와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풍자와 비유로 인해 후대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당시 붓다의 제자들조차 붓다의 가르침을 오해
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곤 했다. 특히 브라만교의 교리를 차용한 내용일수록 이 문제가 자주 43
불거졌다. 월 간 다 붓
저자는 초기불교 경전과 브라만교 경전의 세밀한 비교 분석을 통해 그 오해의 내용은 어떤 것
이 있고, 붓다의 진정한 사유는 무엇인지 규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종교의 창시자로서의 붓다가 12 호 월
아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흄과 같은 사상가의 범주에서 붓다를 조명하고, 붓다의 위대한 독
창성의 근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한다.
종교를 걷어내면 비로소 보이는 위대한 사상가 붓다
불교보다 ‘붓다’를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필독서!
붓다의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고 시도하기보
다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부터 갖게 된다. 이 책은 먼저 독자들에게 그러한 마음 상
태에 주의를 준다. 붓다를 오로지 종교 지도자로만 보고 신비하게 여기는 것은 무익하며, 불교를
이해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붓다는 대단히 지적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붓다는 설령 스승이라도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말했을 때, 제자들은 그것을 바로잡을 의무를 진다는 규칙마저 세
웠을 정도였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이러한 붓다 사유의 근간에는 모든 개인이 각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스
승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자신을 일깨울 수 있는 존재는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고대 인도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던 브라만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도발적이고 위험한 발상이었다.
붓다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신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가르쳤을 뿐, 장대한
이론체계를 만들거나 고매한 이상 같은 것은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번잡한 이론과 신비로움으
로 치장된 브라만교의 용어를 적극 차용하여 일반화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붓다는 자신의 사상
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상대방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것이 가장 상대방을 설득하기 좋
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단어로 업(karma)과 법(dharma)이 있다.
붓다는 브라만교에서 ‘제의를 거행하는 성스러운 작업’을 뜻하던 업(karma)의 의미를 일반인의
행동 범주 안에 포함시켰다. 다시 말해 브라만교만의 종교적 의미였던 ‘업’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행위’라는 보편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점이 붓다 사유의 독창성이며, 이것은 후에
‘방편方便’이라고 불리는 붓다만의 독특한 설법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방편은 비유와 반어법을 풍부하게 사용한 설법 방식이다. 하지만 방편과 브라만교 교리의 차
용은 많은 사람들이 붓다의 사상을 오해하게끔 만들었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한다. 그래야만 붓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