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월간붓다 2020년 1월호 (Vol 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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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사 어긋날까 금강계단에서 마음결 헤아리다





               바다에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탓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듯이 내

               생각이 인연을 만들고, 인연이 내 수행의 결과가 된다. 참으로 단순한 이

               치이거늘 마치 어항 속 물고기처럼 쉽게 잊는다. 그리고 여전히 중생놀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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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휘달리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매일이 새해라 여기고 매일 세속

               의 진애를 떨어내는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청한 겨울 날씨만큼 코끝이 살짝 시린 순간, 산중다원으로 들어갔다.                                                            1 월호

               다원에서 자랑하는 따끈한 팥죽과 몸살을 앓는 나를 위해 쌍화차를 주문했

               다. 마침 『산사에서 길을 묻다』 작품집을 보고 문향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도

               록 내 마음 곁을 돕겠다는 분과 차를 나눌 수 있어서 산사카페를 방문한 그

               어느 때보다 귀한 시간이었다.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셨던 경봉스님은 찾아오는 분들에게 차를 대접

               하길 좋아하셨다고 한다. 노스님이 차를 주시는 의미는 ‘차 한 잔 마심으

               로 답답한 중생심衆生心을 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만약 중생심이 쉬고

               보리심이 있는 이웃을 위하여 회향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참으로 묘하다.

               그 이치를 헤아리려 만난 인연일

               까. 평생 산빛을 만들어 회향하던

               분, 산향이 나는 사람과 산사에서

               차를 나누니 마치 오랜 억겁의 인

               연을 이제야 불은佛恩으로 만났다

               싶다. 차향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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