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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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을 설하는 매체들의 본질





               ‘메시지’를 전한다고 할 경우, 그 메시지는 어디에 바탕해서 가능하냐는 것

               이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음성’이다. 나아가서는 그 음성을 기

               록한 ‘문서’이다. 그런데 이 ‘음성’이나 ‘문서’가 ‘메시지’ 자체는 아니다. 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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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들은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도구 내지는 수단에 불과하다.

                  ‘음성’이나 ‘문서’는 그 속에 내재하는 일정한 문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사물의 이름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는데, 교학에서는 이를 ‘명名’                                                            6 월호

               이라 명칭 붙인다. 또 문장도 있는데, 이를 교학에서는 ‘구句’라고 명칭 붙

               인다. 또 ‘명’과 ‘구’가 근거하는 음성의 굴곡이나 문자 개개의 음절이 있는

               데, 이를 교학에서는 ‘문文’이라고 하고, ‘문’이 두 개 이상 겹칠 때 이를 ‘신身’

               이라 한다. ‘명’, ‘구’, ‘문’에 대해 실재론자들은 ‘실유實有’라 주장하고, 유명

               론자들은 ‘가유假有’라 주장한다. 소승 쪽 설일체유부의 교학은 전자 쪽에

               기울고, 대승 쪽 중관학파나 유식학파의 교학은 후자 쪽에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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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면에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어려울 것이다. 출가자들 중에

               는 한 생각 탁- 놓아버리는 것이 불교이지. 한 마음 챙기면 되었지. 불경은

               다 ‘밑 닦아낸 똥 쑤시개’라고 큰 소리 치는 사람도 있다. 무식하면 무슨 소

               릴 못하겠는가. 또 재가자들 중에는, 절을 찾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3천 배

               절 올리고, 다라니 기도 열심히 하고, 조상천도 열심일 수 있다. 글쎄요. 그

               리하면 복 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받을 복이라면 차라리 교회 다니는

               게 더 빠를 것이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이 추구하

               는, 그 인물들이 부처가 되었건 보살이 되었건 출가자가 되었던, 그들의 수

               행은 그렇지 않았다.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부단히 일생 수행한다. 부처님이 남겨주신 ‘말

               씀[敎]’의 핵심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 점은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혹세무민하는 종교가 아니라면 다 그렇다. 말씀이 중심이다. 특히 불교라

               는 종교는, 한편으로는 인간 이성과 사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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