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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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파는 노인





                         그 복잡한 구석에

                         나를 한 십년쯤

                         뒤로 당기면 될 듯한                                                                              39 39
                                                                                                                   월간붓다월간붓다
                         노인 하나가

                         오랫동안 그렇게 기다린 듯

                         향 꾸러미를 맡긴다                                                                                 6   5 월호월호

                         향은 분홍도 노랑도 아닌

                         진한 검은색




                                                                    그 노인의 오랜 눈빛이

                                                                    가득 담긴 것 같다

                                                                    향기는 달고 진했다

                                                                    아마 깊은 산골

                                                                    오래된 나무뿌리가 내는

                                                                    그런 진한 향냄새였다

                                                                    그러나 나는

                                                                    노인이 떠맡기는

                                                                    향 보따리 보다

                                                                    떠맡기는 손마디와

                                                                    그 표정 그리고

                                                                    노인이 가지고 온

                                                                    깊은 산속

                                                                    흙투성이 보따리가

                                                                    더 갖고 싶었다

                                                                    갑자기 이제까지

                                                                    내가 먹던 차와 향

                                                                    어쩌면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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