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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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맛지마 니까야
입장을 설명한 경집이라면, 두 번째 『맛지마 니까야』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수행법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담은 경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맛지마 니까야』를 파악하는 43
월간붓다
데 가장 중요한 경은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 있다고 말한다. 이 경에서 붓
다는 자신의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 되는 법문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깨닫지 못한 범부 중생과 깨달음을 성취한 각자覺者의 6 월호
인식 상태를 분별심과 통찰지通察智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즉 중생은 모든
것을 분별하고, 추측하여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번뇌가 일
어나게 되지만, 수행을 통해 분별심이 사라진 사람들은 통찰지가 생겨 ‘체
험을 통해 있는 그대로 아는 마음의 상태’에 머무르기 때문에 번뇌가 없다
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체험적 지혜(勝智)’라고 표현한다.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의 이러한 선언을 시작으로 『맛지마 니까야』는 ‘집
요하게’ 인간의 인식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중생의 분별심이 불교 수행을 거
치면서 통찰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수록했다.
4념처四念處·4정근四正勤·4여의족四如意足·5근五根·5력五力·7각지七覺
支·8정도八正道로 불리는 불교 핵심 수행법과 열반에 이르게 하는 선정 수행
법인 ‘9차제정’을 통해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어렵거나 신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해 말한다. 붓다가 말하는
선정은 깊은 삼매에 들어가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활동
을 할 때 나타나는 고락의 감정을 벗어난 평정한 마음 상태를 뜻한다. 평정
한 마음을 떠나 신비한 삼매와 체험을 바란다면 올바른 불교 수행이 아니
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맛지마 니까야』는 철저한 실천 수행법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누
구나 노력하면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의 매끄러운 번
역과 자세한 해제가 읽는 이로 하여금 경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을 키우도
록 돕는다. 지금까지 막연히 어렵다고만 느낀 불교 수행법을 이해하고, 실
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입문서이자 더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