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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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는 불서이야기
불교 수행은 신비 체험이 아니다
평정한 마음을 떠나서는 열반도 없다
불교 수행의 목적은 열반이다. 그렇다면 열반이란 무엇이며, 열반을 얻
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맛지마 니까야』의
첫 번째 경인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 담겨있다. 제목처럼 ‘붓다가 설한 모
든 가르침의 근본’이 이 경의 주제이다.
보통 사람이든, 깨달은 사람이든 인식의 대상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대
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맛지마 니까야』 「근본법
문根本法門 경」에서는 이를 ‘개념적으로 인식하는 마음’과 ‘체험적으로 인식
하는 지혜’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자가 범부의 사유 방법이고, 후자가 깨달
은 자의 사유 방법이다. 현대어로 풀이하면 개념적으로 인식하는 마음은 인
간의 이성적 사유를 말하고, 체험적으로 인식하는 지혜는 분별하지 않고 사
물을 있는 그대로 직접 인식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이성적 사고
가 불교의 시각에서는 번뇌를 일으키는 마음 상태이며, 극복의 대상인 것
이다. 이성적 사유는 끊임없이 나누어 분별하고 좋고 나쁨을 가리도록 강
요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 주관은 사람
마다 모두 다르다. 보통 사람이 ‘잘 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은 착각
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교적 시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성적 사유를 하는 보통 사람들이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바라볼 때 문제가 생긴다. 여전히 주관적으로 분별하여 대상을 바라보는 범
부는 계속해서 깨달음의 세계를 오해하거나 신비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붓다는 열반의 세계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붓다는 불
교 수행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섯 가지 지각활동, 즉 6근六根의 활동
이 ‘나’라고 하는 ‘자아’를 키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분별심이 번뇌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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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분별하는 마음(識), 접촉(觸), 느낌(受) 등’을 취함으로써 5취온五取蘊이
불서이야기
라는 망상 덩어리가 커간다. 불교 수행은 이 망상 덩어리를 지각하고 이해하
여 소멸시키는 데 있다. 오히려 신비 체험이나 깊은 삼매에 빠지는 등의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