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붓다 2021년 7월호 (Vol 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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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카페 31 / 불국사 ‘불국다원’에서
대단한 그 무엇만도 아니다
그저 나비 한 마리 지나갔을 뿐인데
아사녀 잃은 아사달의 그림자가 연못에 뜬다
나를 잃은 내 그림자처럼
-<영지影池를 지나며> 중에서-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석가탑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가
슬프듯이 지금의 멋지고 늠름한 불국사가 되기까지 그 역사엔 갖은 수난의 흔
적이 가득하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춘 석굴암이 해체된 뒤 다시는 그 완벽
함을 갖추지 못한 채 유리함에 갇힌 임이 된 것처럼 불국사도 1796년 정조대
왕의 하사품으로 비로전을 수리했다는 기록 이후엔 특별한 기록이 없다. 국
가의 운이 절의 운과 같은 것일 수 없건만 중수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절의
퇴락 기운이 국운國運과 함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몽고란과 임진란을 겪으
면서도 그 품격을 잃지 않았던 불국사가 일제강점기부터 제3공화국에 이르
는 기간에 서서히 폐허가 되었다. 다보탑 기단 위 네 귀퉁이에 놓였던 네 마
리의 돌사자 중 얼굴에 난 상처를 가진 돌사자만 하나 남았을 뿐 모두 그 그
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아사달의 불심 담긴 진념으로 세워진 석가탑도 도굴
꾼들의 횡포와 복원 공사를 할 때 옥개석이 떨어져 크게 훼손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불국사의 상징적인 회랑은 또 어떤가. 지금의 아름다운 회랑을 되찾
기 전에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범영루만 덜렁 남은 자리를 바람이 채우고 있
었을 것이다. 1969년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문화재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니 폐허나 다름없었던 그 긴 역사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었나 싶다. 특히 옛
모습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완벽한 복원을 할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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