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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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생활
나는 위산과다일까? 위산부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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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60대 초반 남성이 오셨다.
마른 체형에 파리한 얼굴로 혈색이 없었는데, 밥맛없고 기력이 달려 보약을 짓고 싶어 했다.
이것저것 묻다가 1년 전부터 제산제를 복용하면서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속쓰림 증상이 심해서 제산제 처방을 받았다고 했는데, 진찰해본 결과 위산과다가 아닌 위산부
족으로 인해 속이 쓰린 것이었다.
위산은 염산이 주성분을 이루는 강한 산성이다. 염산을 뿌리면 쇠조차 녹아버린다. 이러한 위
산은 음식을 삭여 소화시키고 강력한 살균작용이 있다. 좋은 균은 살리고 나쁜 균은 죽이는 위
산이 없으면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가기 힘들다. 또 위산은 췌장과 담낭에서 소화효소와 담즙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이 소장에서 소화 흡수되게 하며 소장 대장에 살고 있는 좋은 균
들을 살리는 작용을 한다. 이 좋은 균들은 산성을 좋아하여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좋은 균
들이 죽고 나쁜 박테리아가 번성하면 변비와 독소가 생기고 그 독소가 몸에 흡수되면 각종 질
병을 일으킨다.
이처럼 위산은 너무 많아도 탈나고, 너무 적어도 탈이 난다. 위산이 많아서 발생하는 증상은
방송 등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홍보가 이뤄진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산부족으로 나타나는 증
상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쓰림이 위산과다에서만 생긴다고 알고 있
으나 위산부족 즉 저산증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산부족이 많다.
초밥 생선회 냉면 샐러드 같은 찬 음식을 먹고 설사가 난다면 위산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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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닿지 않은 이런 음식에는 균들이 많은데, 위산이 부족하면 균들이 위장에서 죽지 않고
건 한 강
통과하여 장에서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청결하지 못한 도마에
생 활 서 요리된 음식을 먹고 식중독이 자주 생기는 경우 또한 위산부족이 많다. 과일과 야채, 특히
식후에 과일을 먹으면 유난히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