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월간붓다 2018년 02월호 (Vol 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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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7)





                 불교는 지혜를 신봉하는 종교이다. 번뇌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중생의 지혜를 깨우친다. 불
               교는 서향(書香: 책 읽기를 좋아함) 생활을 특히 제창하며 불제자들에게 경전을 읽거나 설법을 들을
               것을 권한다.                                                                               45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에서는 “중생들이 만일 부처님께서 말하는 바를 들으면 마음에 깨끗한 믿                                  간 월 다 붓
               음을 내고, 분명히 이해하고, 아름다운 행을 부지런히 갈고닦아 보리를 취하여, 생사윤회의 바다
               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설한다. 『능엄경楞嚴經』에서도 “문혜聞慧, 사혜思慧, 수혜修慧로 삼매에                                       2 호 월
               들어가리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불교 경전은 첫마디를 모두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한다.
                 또한 개경게開經偈에서는 “그 깊고도 미묘한 법은 백천만겁에 걸쳐 만나기 어려운데 내 지금 그
               것을 듣고 보아 지니고자 하오니, 원컨대 여래의 진실한 뜻을 해득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노래
               한다.
                 『금강경金剛經』에서 말한 “사구게四句偈를 받아 지니는 공덕은 삼천대천 세계에 재물을 보시하는

               것보다 크다”와 『화엄경華嚴經』에서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으뜸이다”라고 한 것 등이 모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서향 생활’을 강조한 것이다.
                 불교는 반야의 지혜로 사리를 분별하는 것을 중시한다. 중국의 옛 총림들은 시방의 납자들에
               게 참방參訪과 수행을 제공하는 학교였다. 이른바 “포참(飽參; 깨달음을 완전히 체득함)하러 시방을 다
               니는 총림의 객이여, 그 가운데에서 깨달음을 얻었는지 모르겠소?”라는 것이다.
                 청나라 말기로 들어서며 각 사찰들은 승가학교와 사범학당을 세웠고, 태허太虛 대사는 수많은
               강원을 설립했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 현재 대만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불교주일학교와 불교여름
               캠프가 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불교청년회와 불교전문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재가신도를
               대상으로는 신도공수회信徒共修會, 신도강습회가 있고, 전문적인 불교대학과 대학원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불광산은 사회교육을 위해 설립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까지 모두 백만 신도 재중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 불교도도 이미 교육과 지
               식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불교는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불교 사찰은 수행과 학문을 하던 수련소이다. 그러므
               로 고대에는 ‘선불장選佛場’이라고도 불렀다. 사찰은 학교와 같고 불교는 문자반야文字般若의 전파

               를 중시한다. 『법화경法華經』의 ‘십법행十法行’에서는 싸(書寫: 스스로 경전을 펴서 읽음), 인경(印經: 경전
               을 인쇄하여 유포함)의 이로움을 제창하고 있다. 『아미타경阿彌陀經』에서는 “극락세계의 중생은 매일
               이륙시二六時 중에 불·법·승을 염하지 않는 자가 없고, 언제나 일념으로 불법과 불도, 중생의
               이익에 마음을 둔다” 하였다.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에는 불도佛道를 이루고자 53명의 선지
               식善知識을 찾아 천하를 순례하는 선재동자의 험난한 구법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이것은 앞사람
               의 발자취를 따라 배우고자 하는 오늘날 참방과 같으며, 청년들에게 학문을 추구하는 모범이 되
               고 있다.
                 명나라 때 원료범袁了凡은 “한때 남에게 권할 때는 입으로 하고 백세에 남에게 권할 때는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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