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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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8)
토론 방식인 최라(Chora, 辯經)와 일반 사경, 조각, 회화, 무용, 범패 등의 예술이 모두 교육적 의미
가 깊고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의 하루는 24시간이다.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 외에 적당한 오락을 통해 생활을 조절해나
가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일반 사회의 오락은 음주와 가무에 중점을 두지만, 불교에서는 51
자연계를 중시한다. 조과 선사는 나무 위의 둥지에서 머물렀고, 원통 선사는 바위 동굴에서 지냈 월 다 붓 간
으며, 대매 선사는 연잎으로 옷을 해 입고 송홧가루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 얽매임이 없으
니 얼마나 한가롭고 자유로운가! 또한 선사들은 풀을 뽑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소나무를 심 3 월 호
으면서 신심을 전원 속 자연과 하나 되게 하고, 안이비설眼耳鼻舌은 여유롭게 심해心海에 두어 청
정한 선법禪法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명산대찰名山大刹 참배, 사찰 순례, 좌담 친목 등도 무척 중
시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더 널리 선연을 맺고 견문을 넓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불교의 취미 생활이다.
현대 학교교육에서는 ‘지智·덕德·체體·군群·취미趣味’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불교는 예로부터 다섯 가지 닦음(五育)을 똑같이 중요하게 여겼다. 법당에서의 공수共修 법회는
덕德을 닦고, 강당에서의 경전 듣기는 지智를 닦고, 산비탈에서의 울력은 체體를 닦고, 승단의 육
화합승이라는 것은 군群을 닦고, 조각·회화·범패·찬송은 미美를 닦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불교는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교육과 오락을 합한 수행 법문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대략 다음 여섯 가지로 나눈다.
(1) 체육활동 : 포향砲香, 조산 朝山, 운유雲遊, 불교무도舞蹈, 권술拳術
(2) 음악 : 범패梵唄, 불가佛歌, 합창, 법기法器, 국악國樂, 속강俗講
(3) 서예 : 붓글씨, 사경, 회화, 조각, 소상塑像, 바둑
(4) 꽃·차 : 꽃꽂이, 다도
(5) 울력 : 출파出坡, 농경農耕, 공선工禪, 고행, 요리
(6) 수지受持 : 심사(尋師: 스승을 찾아감), 논도(論道: 도를 논함), 염불, 선열禪悅, 법회法會, 지관止觀
사람이 생활하면서 물질적으로 입고 먹을 것이 풍부한 것 외에도 예술적 생활의 멋과 타인에게
봉사하는 멋, 그리고 한가롭게 취미 생활을 즐기는 멋이 있어야 한다. 재가신도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취미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주색에 빠지지
않으며, 바른 오락과 취미라면 다 해도 된다. 새벽에 운동하기, 잠자기 전 음악 감상, 정해진 낮 시
간에 경행徑行과 산책 등도 좋다. 휴일에는 친한 친구 몇 명과 여행을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수다
를 떨거나 사경, 요리, 악기 연주 등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친구끼리 댄스파티나 모임에 참석하
는 것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오락 활동에도 조건과 주의사항이 있다.
(1) 참여하는 인원은 반드시 선한 사람이어야 한다.
(2) 참여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24시간 중 일은 8시간, 잠은 8시간, 그 밖
의 8시간은 식사, 샤워, 오락 등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