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월간붓다 2018년 03월호 (Vol 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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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8)
식을 한다든지, 유가游街 행렬을 한다든지, 곡묘哭墓를 하는 등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장엄함을 사
라지게 만든다. 그러므로 장례 예의를 논하기 전에 우선 바른 견해와 바른 지식을 세워야겠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인생의 필수 과정이지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53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항상 ‘임종’이라는 중요한 순간을 간과하곤 한다. 임종은 ‘승천하느냐, 떨 간 월 다 붓
어지느냐’의 중요한 분기점이자, 왕생의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귀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이다. 만
약 이때 권속이 대성통곡하면 병자가 슬픔에 휩싸인다. 그것이 쌓이게 되면 올바른 길로 왕생할 3 호 월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니 오히려 해가 된다. 이런 연유로 가족 중에 누군가 세상을 떠나
면 큰소리로 울거나, 흔들거나, 노잣돈을 쥐어준다든가, 발밑에 제삿밥을 놓아둔다든가, 심지어
곧바로 수의를 입히는 것 등은 마땅하지 않다. 망자의 정신과 의식이 아직 떠나지 않았으므로 오
히려 더욱 아쉬워하며 발길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고통만 더해주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병자
가 위급할 때 스님을 모시거나 도반을 불러 염불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때 가족도 곁에서 함께
염불하는 것이 왕생하여 극락정토에 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평소 환자가 존경하고 불법에도
능통한 어른을 청해 환자를 위로하고 일심으로 염불하여 정토에 나기를 권하는 것도 좋다.
이 밖에도 현대의 장례는 툭하면 묘지로 쓰는데, 지나치게 넓은 땅을 구입해 사용하니 결국 죽
은 사람과 산 사람이 땅을 다투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불교는 인도에서부터 화장을 주장했다.
화장은 천장天葬, 해장海葬, 임장林葬, 토장土葬보다 좋다. 당시 부처님도 열반에 든 뒤 스스로 삼
매의 참 불길로 다비하셨다. 현재 화장한 뒤 유골함을 사찰의 부도탑에 보관하는 것은 인생의 가
장 원만한 귀속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부도탑은 세속의 납골당과는 다르다. 부도탑은 현실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깊은 신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치원, 양로원, 운수雲水병원 등 많
은 자선사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만수당萬壽堂을 설립해 신도가 유골을 안치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불광산에서는 신도의 생로병사를 두루 돌보며, 불법의 테두리 안에서 원만한 일생을 보
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장례 예의와 관련해서 다음 몇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1) 허영을 부리지 말라: 현대인들은 장례를 다른 사람보다 더 좋게 치르려고 허영심을 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쓸데없는 짓이다. 망자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과대 포장하지 말라: 우리는 장례 절차에 얼마를 지출하고, 영구차에 얼마를 쓸지 궁리한
다. 그러나 반드시 이럴 필요는 없다. 장례란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일 뿐인데, 대중을 많
이 동원할 필요가 뭐 있는가? 장엄하고 슬프고 엄숙하게 치르는 것이 시끌벅적하고 요란하
게 치르는 것보다 낫다.
(3) 미신을 믿지 말라: 망자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살아 있는 후손은 효를 다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슬프고 애달픈 마음으로 추모하면 되지, 일부러 꾸며낼 필요는 없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