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월간붓다 2018년 05월호 (Vol 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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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이야기
「법성게」에 담긴 철학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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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1.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법성게」는 그저 절에서 제사 지낼 때에 사용하는 의식문이
다. 돌아가신 영가의 위패를 이동시킬 때에, 위패를 따라가면서 외는 의식문 말이다. 불교
신도들은 이런 모습을 절에서 종종 보았을 것이다.
<관음시식>을 진행할 때에, 뒷부분에 가서 <봉송奉送>을 하는 대목에도 나온다. 재자들
이 위패를 가슴에 받쳐 모시고 부처님께 절을 올리게 하고, 법당 문을 나와 소대燒臺로 향
하기 전에, 「법성게」를 외우면서 법당을 한 번 돌고는 소대로 가는 것 말이다. 소대가 가까
우면 한두 편만 외워도 되지만, 절에 따라 소대가 멀면 수십 편을 반복해서 외우기도 한
다.
어떤 절에서는 법당 안에 영단(위패단)을 모셔 놓고, 돌아가신 영가님께 「법성게」를 봉독
해 드리기도 한다. 『화엄경약찬게』가 중단中壇인 신중단을 향해 독송하는 것과는 달리, 「법
성게」는 하단下壇인 영단을 향해 독송한다. 왜 이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언제부터
불교 의례에 이런 형식이 도입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현재 한국 사원에서 「법성게」의 독송은 망자亡者와 연관이 깊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앞
으로 연구해 보아야 할 과제이다. 망자를 천도하기 위해 모인 대중들을 이동시킬 때에 「법
성게」를 외우면서 하는데, 그 기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PB 현존하는 의례문들은 모두 조선시대 작품들이기 때문에, 「법성게」가 재齋 의식儀式에 사용
되었다고 해서, 「법성게」 자체를 재齋와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법성게」를 의식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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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 속으로도 깊이 전파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교 선 불
그런데 『화엄일승법계도』는 우리나라의 지식인들, 예를 들면 고려의 균여 대사와 조선
이 기 야 의 설잠 화상 등이 상당히 주목을 했다. 그리고 높이 평가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