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월간붓다 2018년 05월호 (Vol 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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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게」에 담긴 철학적 함의
의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필자는 「법성게」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의’ 또는 ‘기능’에 대해서 간단하게 밝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25
붓 다 간 월
2.
「법성게」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법성게」는 『화엄경』에 5 월 호
서 설해지고 있는 수많은 교리 중에서, 유독 『화엄경』 속에만 나타나는 ‘교리[敎; śāsana]’의
논리 구조(logical organization)를 해명하기 위해서 지어졌다. 그러면 유독 『화엄경』 속에만
나타나는 ‘교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원교圓敎’이다. 그러니 결론은 「법성게」는 『화엄경』 속
에만 보여지는 특수한 교리인 ‘원교’의 구조를 이해시키고 설명하기 위한 공식이라는 것이
다. 이것이 「법성게」의 ‘의의’ 또는 ‘기능’이다. 그러면 ‘원교’란 대체 무엇인가? 이제 이 문
제를 설명해보기로 한다.
중국에서는 인도로부터 다양한 경전이 수입되어 번역되자, 그들 개별 경전 사이에 들어
있는 각종 ‘가르침[敎; śāsana]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체계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
고는 ‘부처의 가르침(佛敎)’을 무모순적으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런 작업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현수 법장(643~712) 스님이다.
법장 스님은 일찍이 ‘가르침’을 다섯 범주로 분석한 바 있다. 즉, (1)소승교, (2)대승시교,
(3)대승종교, (4)돈교, (5)원교가 그것이다. 법장 스님의 분석에 의하며, 『화엄경』에는 (1)에
서 (5)까지의 ‘가르침’이 모두 들어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원교’만은 유독 『화
엄경』에만 나타나는 가르침이다. 그러니까 필자가 보기에 「법성게」는 ‘원교’의 구조를 쉽고
조리있게 해명하려고 만든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 「법성게」의 ‘의의’와 ‘기능’이 있다고 생
각한다.
3.
그러면 ‘원교’란 무슨 뜻인가? 규봉 종밀(780~841)은 『원각경대소』 「현담」에서 이렇게 말
하고 있다.
“원교는 한 지위가 그대로 모든 지위이고, 모든 지위가 그대로 한 지위임을
PB 밝히신다. 그래서 10신信 만심滿心이 5위位를 포섭하여 정각을 이룬다는 등
등의 말씀이다. 설법하시는 분과 그 법회에 모인 대중이 완전히 갖추어졌으
므로 ‘원교’라고 한다.”(신규탁 역주, 『원각경·현담』, 서울: 정우서적, 2013, 360쪽)
『화엄경』을 읽어보신 분은 다들 느꼈겠지만, 『화엄경』에는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는 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