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붓다 2018년 05월호 (Vol 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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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
인간불교의 청사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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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지난호에 이어서>
일상생활에서는 자연적이고 부자연적인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자연적이면 신심을 유쾌
하고 일 처리를 순조롭게 만들지만, 부자연적이면 신심을 피로하게 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에
게까지 상처를 입힌다. 예를 들어 정을 주고받을 때는 깊이 생각하고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
어야 자연적이다. 일 처리를 할 때는 사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자연적이다. 돈을 사용할 때는
수입에 맞게 지출해야 자연적이다. 이와 반대로 행동하면 부자연적이 된다.
천·지·인이 조화로우면 외물外物과 자아는 서로 막힘없이 아주 가깝다. 자연이란 인심人
心이자 진리이며, 천명天命이자 우주의 강상綱常이다. 안팎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대 제왕 중 천
명과 민심에 순응하는 자는 흥하고, 천명과 민심에 역행하는 자는 망국을 맞았다. 그들의 흥
망성쇠와 자연의 법칙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의 생활 역시 자연과 부합되어야 행복하
고 원만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자문해야 한다. “돈은 자연에 부합되게 수입에 맞춰 지출
하였는가?”, “정은 자연에 부합되게 치우침이 없었는가?”, “말은 자연에 부합되게 상대방을
배려하였는가?”, “일 처리는 자연에 부합되게 도리와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았는가?”
자연은 곧 순응이다. 지나치거나 또는 미치지 못하면 결국 폐해를 가져온다. 오래 누워서
일어나지 않고, 오래 서서 앉지 않고, 오래 일하고 쉬지 않고, 오래 가만히 있고 움직이지 않
는 것 등은 생리학 측면에서 사대四大의 부조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사람은 병이 생기기 시작
하고, 육신은 썩어 문드러져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된다. 이밖에도 최근 몇 세기 동안 인류는
생산과 소비 과다로 인해 미생물이 환원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였으며, 이는 자연의 움직
임을 파괴해 현재 생태계에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이로써 자연법칙을 소홀히 여기면 스스로
악한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세상을 마주하는 것 역시 이와 같다. 일방적인 감정은 자연에 순응치 못하나
오래가지 못한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얻음은 자연에 순응치 못하니 패가망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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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근심이 생긴다. 사람에게 환심을 사 얻은 명성은 자연에 순응치 못하니 결국 누군가에게
불 교 인 간
업신여기게 된다. 가만히 앉아 남이 거둔 성과로 누리는 지위는 자연에 순응치 못하니 비난
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