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붓다 2018년 05월호 (Vol 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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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
중국에서도 역대 선사들은 제왕과 빈번하게 교류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중에 조정
을 보좌한 공로로 국사에 추대된 스님으로 남양南陽 혜충慧忠 선사, 법장法藏 현수賢首 선사, 청
량淸凉 징관澄觀 선사, 오달悟達 지현知玄 선사, 옥림玉林 통수通琇 선사, 천태天台 지의智顗 선사
등이 있다.
또한 조정에 출사하여 재상이 된 예도 있다. 송 문제文帝가 재상으로 삼은 혜림慧琳 선사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기에 당시 사람들은 ‘흑의재상黑衣宰相’이라고 불렀다. 당 태종은 명첨明
瞻 스님에게 나라를 안정시키는 도리를 설해 달라고 청했다. 이때 명첨 스님이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으뜸으로 삼으라고 설하자 태종이 기뻐하며 재상으로 추대했다. 명나라 때 요광
효姚廣孝는 본래 도연道衍 선사이다. 영락제永樂帝가 그 영특함을 높이 사 환속하여 조정을 도
우라는 칙령을 내렸고, 명나라 초기의 국풍을 맑게 하는 데 공헌이 컸다.
이 외에도 위진 남·북조 시기부터 조정에는 승정僧正, 승통僧統, 승록사僧錄司, 대승정大僧正
등의 승관僧官을 설치했으며,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테베트에서는 오
늘날까지도 ‘정교합일政敎合一’을 실시하고 있다. 태국, 스리랑카, 네팔 등에서는 불교가 정치
를 이끌고, 정치는 불교를 존중한다. 일본은 불교를 국교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은 삼
보를 신봉하고 집정자는 삼보에 예경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불교가 존중을 받고 있다. 한
국도 불교를 국교로 삼은 적이 있으며, 특히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목판에 대장경
을 새기기도 했다. 이는 불교와 정치가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손문 선생이 “불교는 세상
을 구하는 자애로움이며, 정치를 보좌함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정치는 불교 교화
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불교는 정치와의 화합 기능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을 제도하고, 증오심을 해소하고, 완강함
을 누그러뜨리는 등 자비를 통해 교화시키는 공덕으로 정치를 도울 수 있다.
『전계정법傳戒正法』에서 “만약 백 가구의 마을이 있는데, 열 사람이 오계를 지키면 열 사람이
온순해지고, 백 사람이 십선을 수행하면 백 사람이 화목하다. 이 풍속과 가르침을 우주 내에
널리 전파하면 인자한 사람이 백만이다. 착한 일 한 가지를 하면 악한 일 한 가지를 없애는
것이 되고, 악한 일 한 가지를 없애면 형벌 하나를 쓰지 않게 된다. 한 집에서 한 가지 형벌을
없애면 형벌 하나를 쓰지 않게 된다. 한 집에서 한 가지 형벌을 없애면 온 나라에서 백 가지
형벌이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하면 국왕이 다스리지 않아도 절로 태평하다”라고 말한 것처
럼 불교의 오계는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공헌을 한다.
정치에 대한 불교의 영향과 공헌은 역대 기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생산에 도움을 주
고, 교통을 발전시키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의 소외계층을 구호하고, 문화를 창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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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과 민간인을 안정시키고,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의료 봉사를 실시하고, 재무 운용 및 과
불 교 인 간
학기술, 문학 등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