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월간붓다 2018년 05월호 (Vol 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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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9)
불교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난세에 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항상 해왔다.
부처님은 마가다국의 신하 우세優勢에게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칠불퇴법七不退法’을 들려줌으
로써 오묘한 솜씨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해결했다. 51
당나라 때 안녹산이 거병하여 반란을 일으켰지만 조정에서는 군비가 부족했다. 이에 불제 월 간 다 붓
자들은 자신의 도첩을 팔아 군비에 보탰으며, 안사의 난을 평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탰다.
강남에 새 도읍을 정한 남송의 고종 황제는 법도法道 선사를 청해 국사를 함께 의논했다. 선사 5 호 월
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군량도 풍족하게 모았고, 참전하는 군대의 상벌을 분명히 함으로써 군
기를 확립했다.
절도사를 지내다가 선승이 된 유병충劉秉忠은 원나라의 황제가 중원에 들어온 뒤, 그의 재
능을 알아본 야율초재耶律楚材에 의해 기용되었다. 유병충은 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무고한 살생을 피하기 위해 선뜻 나서, 조정朝廷의 의식儀式을 세우고 제도를 제정했다. 야율
초재를 보좌하며 한족 문화 보급에 힘써 한민족의 명맥을 유지시켰다.
원나라 때의 지온至溫 선사는 왕이 덕행을 베풀도록 커다란 공을 세웠으므로 세조에 의해
불국보안佛國普安 대선사로 봉해졌다. 중국 공산당 남부지구 사령관 허세우許世友는 소림사 승
려였었다. 예로부터 정치를 보좌하고 교화했던 불교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 밖에도 부처님께서 어진 정치를 펼치도록 교화했다는 내용이 수많은 경전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부처님은 『대살차니건자소설경大薩遮尼乾子所說經』에서 “정권을 가진 자는 어머니가 자
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듯 백성을 염려해야 한다”고 설하셨다.
『여래시교승군왕경如來示敎勝軍王經』에서는 국왕이 된 자는 “온 나라의 모든 중생은 부리는 노
비이거나 보좌하는 신하이거나, 응당 부처님께서 설하신 사섭四攝으로 그들을 섭수攝受해야
한다”라고 설하였다.
『장아함경』에서는 “군신은 화목하고, 상하가 서로 공경해야 한다. 이러하면 그 나라는 오래
도록 편안하다”라고 하였다.
『불설패경초佛說孛經抄』에는 “왕이 된 자는 고금의 것을 밝게 탐구하여 통달하며, 움직일 때
와 고요할 때를 알고, 강하고 부드러움의 이치를 얻어 아랫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백성들
을 이롭게 하며, 공평하게 베풀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