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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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길에서 영혼의 진보를 이루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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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붓다
6 월호
피톨들이 숲의 기운처럼 푸른 빛이라도 되려는 듯 전신을 한 바퀴 도는 동
안 맑아짐이 느껴질 때 어딘가에 숨어 있던 거짓된 언어들이 바람의 결 따
라 사라진다. 물은 숲의 기운을 촉촉하게 녹여 본래 맑고 고요한 본성을 되
찾아 사유에 갇혀 굳어진 영혼을 풀어내게 한다. 이 맛에 자연을 찾아 숲으
로 들어가고 물을 따라가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충남 공주에는 크고 아름답다는 뜻을 가진 태화산泰華山이 있다. 백두대
간 금북정맥의 줄기로 높지는 않지만 품이 커서 남북 방향의 산계와 능선
따라 평행으로 흐르는 하천이 원만하다. 이 지역이 십승지의 하나다. 십승
지十勝地는 정감록, 징비록 등에 나와 있는데 산으로 첩첩 둘러 싸여 흐르
는 공주의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도 하나 해당 된다. 물이 태극모양이나 S
자로 흐르는 곳을 명당이라고 하는데 마곡사 지역이 그런 교과서적인 명당
이라고 한다. 명당을 찾는 것은 전통사회에서 전쟁이나 난리가 났을 때 피
신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난리를 피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곳에
서 몸을 보호한 후 다시 일어설 희망을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
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이상 세계를 향해 나갈 곳이 필요했다는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곡사 일대가 가장 적합한 곳임은 백범 김구 선생이
증명한 바 있다.
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난 2년 뒤, 1896년에 명성왕후가 일본 자객들에
의해 살해된 데에 의분을 느끼고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일본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