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붓다 2020년 6월호 (Vol 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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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서 / 편양 언기(鞭羊彦機, 1581~1644) ②
선불교계의 뼈대를 만들고 천년만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근간을 세워
야 할 시점이었다. 물론 태고와 나옹의 법통을 놓고 지금까지 의견이 분
분하다. 그러나 편양 언기는 스승이 수립한 법통과 공부법의 체계를 굳
건히 유지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었다.
한편 편양은 「선교원류심검설禪敎源流尋劒說」에서 선교에 대한 이론과
염불수행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즉 선의 경절문徑截門, 교의 원돈문圓頓
門, 정토淨土의 염불문念佛門의 3문을 제시하고 있어 청허 휴정의 수행전
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이 가운데 편양이 가장 강조한
것은 경절문이었다. 경절문은 단계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본래면목本
來面目을 터득하여 바로 부처의 경지에 오르게 하는 법문法門이다. 일찍
이 지눌은 일체의 언어와 문자, 이론과 사유를 초월해서 화두話頭를 잡
아 활구로 증입證入할 것을 강조하였다.
모든 불조佛祖의 기묘한 언구와 양구良久와 봉棒과 할喝과 백
천의 공안公案과 갖가지 방편이 다 여기서 나왔다. 은산철벽銀
山鐵壁이라 발붙일 곳이 없고, 석화전광石火電光이라 사의思議
를 용납하지 않으니 이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선지禪旨는 이른바
경절문徑截門이다.
경절문은 불조의 말씀이 나온 곳이며, 역대 조사의 깨달음의 나룻배
라고 할 수 있는 할과 방, 그리고 수많은 공안이 나온 온상이라는 것이
다. 또한 경절문 수행은 어떤 장애를 극복할 수 있으며, 어설픈 알음알
이조차도 발붙일 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워 근기가 수
승하지 않고서는 접근하기 어렵고 터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이 청
허의 혜명을 이은 편양이 선교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선 우위의 교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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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하였으며, 교학을 공부한 이후에야 비로소 참선에 이르러야 한다는
선지식을
수행의 기본입장을 정립시켰다.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