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붓다 2024년 4월호 (Vol 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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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불교
봄흥에 겨우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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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운
텃밭농부
어제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봄비는 농사에 더없이 좋다. 옛사람들은
봄비를 하늘이 내려주는 삼蔘이라 하여 우삼 또는 천삼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면서 반겼다. 때에 맞춤하여 햇살도 따사롭다. 흙 속의 미생물들이 활동
을 시작하기에 딱 좋다. 조금 있으면 미생물들이 만들어놓은 영양소를 먹
기 위해 지렁이가 흙 속을 기어다닐 것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흙은 기
름져진다. 마침내 흙은 씨앗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겨우내 인적 뜸하던 밭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씨앗을 뿌리기도
전인데, 밭에는 풀들이 뾰족이 올라오고 있다. 나물 천지다. 내 밭엔 냉이,
지칭개, 쑥이 널려 있다. 조금 있으면 도랑에선 돌미나리가 올라올 것이다.
부추와 쪽파, 씀바귀도 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봄나물들은 지난 겨울의
눈보라와 살을 에는 추위를 온전히 버텨온 것들이다. 그 강인한 생명력은
푸릇하고 쌉싸름한 향에 스며들어 입맛을 돌게 하니 보약이나 다름없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오늘은 맑게 갠 하늘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순하다. 방향도 바뀌었
다. 북서풍이 아니다. 남에서 불어오는 남풍이다. 매화 향이 짙게 번지더니
산자락 어느 틈에선 진달래도 피었으리라. 봄흥에 겨우니 노래 한 자락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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