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월간붓다 2024년 4월호 (Vol 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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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불교
종 예시문으로 출제될 정도로 유명하다. 어떤 이는 이 시를 해설하면서, 남
촌은 시인이 그리는 이상향이며, 일제에 빼앗긴 국토를 되찾으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간절한 독립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편, 김동
환은 친일문인이다. 그의 시 ‘산 너머 남촌에는’은 1927년 『조선문단』에 발
표됐다. 친일에 나서기 전이다. 그는 1930년대 중후반부터 친일에 나섰는
데,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침략 전쟁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여러 편 발
표했다. 해방 후 스스로 친일 행위를 인정했으며, 자손들도 사죄했다. 그럼
으로써 이 아름다운 시가 지금 국민 애송시로 불리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
행스러운 일이다.
연기법과 생태계-상의상존
밥벌이를 위한 일을 그만둔 후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줄였다. 아니 줄
였다기보다는 회피했다. 나는 직업 특성상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
록하고 전달하는 것이 일의 전부에 가까웠다. 하루에도 십수 명의 사람들
을 만났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었다. 나를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기어이 찾아갔다. 퇴직 후에는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았으며,
사람들을 만났던 장소도 찾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기 싫어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가족 외에 한 사람도 만나지 않은 적
도 있다. 그런 날이 열흘이 되기도 했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과 밭이 나
의 시공간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아는 사람들을 되도록 멀리한 기간이 어느덧 5, 6년 되었다. 외롭지는 않
았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했다. 이동에 따른 피로감
도 있었겠지만, 다름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럴 힘이 어느샌가 내게서 빠져나갔다.
그런 중에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도서관에 드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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