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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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
갈지 풀이해왔다.
보는 만큼 안다고 했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시험하는 온갖 유혹을 쳐내고 담금질하고
다듬어야 이 혼침 같은 세상을 베어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화두로 나를 찾기 위해서는 교감 43
을 중요시 여긴다. 세상과 소통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의례화 되고 정형화된 것은 이미 화두 간 월 다 붓
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절박하게 들이닥쳐야 화두가 될 수 있다. 살아있는 화두는 끊임없이 현
실과 교감한다. 그렇지 못한 화두는 가짜일 수밖에 없다. 박재현 교수의 ‘화두에 관한 지론’이다. 4 월 호
지금 이 순간의 절박함이 내면의 직관과 만나면 화두의 세계가 펼쳐진다. 의심이 강할수록 화
두의 몸집은 거대해진다. 정해진 답도 없고, 남의 답이 나의 답이 될 수도 없다. 오직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화두는 결코 선승들의 전유물이거나 고전에 적힌 글귀가 아니다. 지금 나와
맞닥뜨린 것만이 화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화두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
황과 문제의식에 두 눈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화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마
주하게 되는 질문이자 해답이기 때문이다.
혜능, 마조, 조주, 남전, 원오, 혜심, 벽장 등 위대한 선사들은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1,700여 개의 공안公案 중에 뽑은 가장 철학적인 질문 41가지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 스님이 말했다.
“깃발이 흔들리는구먼.”
다른 스님이 말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일세.”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육조혜능이 말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닐세. 그대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세.”
두 스님이 흠칫 놀랐다.
- 공안 ‘깃발과 바람’ 중에서
선가禪家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깨침을 얻도록 하기 위해 제시한 문제가 공안公案, 즉 화두話頭이
다. 제자는 화두를 풀기 위해 분석적인 사고와 절박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어느 순간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답을 얻게 된다. 이러한 수행법을 ‘공안 수행’이라고 하는데, 선禪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수행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