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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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는
                   불서이야기




                여기서 언급되는 ‘공안’과 ‘화두’는 같은 말이기도 하고 다른 말이기도 하다. 전문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굳이 조금 자세히 들어가 구분하자면, 공안은 옛 선종禪宗
              고승들이 화두를 선별하여 엮은 선문답禪問答 사례집 같은 것이고, 화두는 넓은 의미에서 선문답
              전체를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마조, 조주, 남전, 원오, 혜심, 벽장 등 위대한 선사들의 대화를 다룬 공안집으로는 『벽암록碧巖
              錄』, 『무문관無門關』, 『종용록從容錄』 등이 유명한데, 공안의 종류가 1,700가지에 이른다고 전해진
              다. 공안이 선문답의 ‘문제 은행’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00 공안’이라는 용어는 선
              종 관련 역사서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등장하는 선사의 총수가 1,701명인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경덕전등록』은 공안집이 아닌 역사서이기 때문에 공안의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
                선종과 공안집은 중국에서 탄생했지만 1,700 공안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집全集은 중국에서 편
              찬되지 않았다. 이 방대한 양의 공안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공안집은 1226년경 우리나라 고려시대
              에 간행된 『선문염송禪門拈頌』이 유일하다. 『선문염송』은 공안집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국 불교의 정수가 선종이 된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 『선문염송』을 바탕으로 41개의 화두를 가려 뽑아 현시대에 맞게 세련된 현대어로 새
              롭게 재해석했다. 여기에는 저자의 시사성 강한 발언과 철학적 질문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는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사회적 문제를 가미한 내용을 두었다. 이어서
              ‘공안’을 직접 번역해 소개하고, 해설편을 따로 두었다.
                공안집에 기록된 화두가 단지 옛 시대의 글귀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사구死句’에 불과할 것이다.
              공안집의 화두가 현시대의 시사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죽은 언어가 아닌 새로운 화
              두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과 지금 살아가는 이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강한 울림이 있다. 그 울림 속에서 답을 찾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화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는 현대인에게
                직관적이며 논리적인 생각법을 제공한다



                흔히 선문답에서 주고받는 말은 모순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한다. “주장자는 주장자가 아니
              다”, “대답하는 너는 네가 아니다”라는 식의 말들은 듣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
              만 여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동어반복과 모순의 논리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솎아져야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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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남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야 화두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사고
      마 음 이
              의 전환을 이루고 직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각법을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는 명확히 제시
        열 는 리  한다.

        불 야 기 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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