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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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9)



                 자연이란 천天·지地·인人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사람은 대자연 안의 사람과 일과 사물과
               환경 등과 대립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갖가지 고통이 생긴다. 세간의 사물이 자연
               과 합해지면 생명이 생기고, 자연과 합해지면 성장하고, 자연과 합해지면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고, 자연과 합해지면 선함과 아름다움이 생긴다. 모든 생명은 자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                                    49
               으며, 생명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다.                                                                   다 월 간 붓
                 자연의 생명력은 생사윤회의 법칙에 따라 순환하는 것이지, 좋은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먹어야 할 때 먹고, 자야 할 때 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주大珠 혜해慧海 선사는 “배                                       4 월 호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약산藥山 유엄惟儼 선사는 “구름은 하
               늘에 있고, 물은 병 안에 있다”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이로써 ‘도道’는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적
               인 생활이 ‘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신 부처님께서는 마땅히 웃어야 하나 웃지 않
               고, 마땅히 기뻐해야 하나 기뻐하지 않고, 마땅히 자비로워야 하나 자비롭지 않고, 마땅히 말해
               야 하나 말하지 않고, 선한 말을 들으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을 일컬어 ‘오종비인五種非人’이라고
               하셨다. 그들의 행위가 자연과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은 일종의 조화이다. 자연 또한 조화롭도록 힘써 노력해야 한다. 대자연의 강과 바다 역
               시 노력해야 힘차게 흘러갈 수 있다. 호수도 맑고 깨끗해야만 투명할 수 있고, 그 맑고 깨끗함
               이 바로 자연이다. 산이 안정적이어야 무너지지 않고,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자연에 순응해야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세간의 만물 중에는 빛깔이 화려한 것도 있고, 또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것도 있다. 동물이 보
               호색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자연스런 반응이다. 낮에 활동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밤에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동물도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있고, 땅이나 바다에서 노니는 것
               도 있다. 모두 대자연의 품에서 생존하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동물들의 잔인한 살생도 자연적
               인 것이다. 생존경쟁이란 말이 있다. 불교는 살생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이것은 스스로에 대
               한 요구이지 타인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진리
               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깨달은 사람과 아직도 저 깊은 곳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 반반씩 살고
               있다. 이 또한 자연적인 진리이다.
                 자연계에서 꽃은 피면 아름답지만, 꽃이 시들면 흙속에 스며들면 꽃을 보호한다. 이것도 자
               연적인 순환이다. 그러므로 세간에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하

               고, 생성되고 머물고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하늘을 거스르는 일은 자연이 아
               니다. 사람이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이치를 터득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봄과 여름에는 열
               심히 논을 갈고, 가을에는 곡식을 거둬들여 양식을 쌓아놓는다면 엄동설한이 닥쳐온다 해도
               자연히 두렵지 않다. 밝게 비춰줄 물건들을 낮에 미리 준비하면 어둠이 와도 자연히 두려울 것
               이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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