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붓다 2018년 04월호 (Vol 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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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한가족



              시 망설이고 있는데 구룡사 거사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냥 찍어요.”
                한 시간 반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다고 기도하는 보살님들께 방해를 주기도 했는데 죄송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
              렸다.
                마음이 불편하다.
                주지스님께서 율원과 강원, 스승에 관한 법문을 하셨다.


                    스승이 처음 올 때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었더니
                    스승이 지금 갈 때는 다섯 개의 진주라네.
                    불에 들어가도 변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음이여
                    항상 고요하게 비추니 억겁 세월도 잠깐이라네.



                서산대사께서 팔순 쯤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내 작은 생각에 여기서 스승은 석가모니부처님이 될 수도 있고 제자들에게는 스님이 될 수도 있다.
                주지스님 법문에서 서산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고 다시금 스승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신년하례법회 후 공양을 마치고 오는 길에 홍매화가 봄을 알리고 있다.
                                                           기도는 절에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삶 속
                                                         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을 알면서 팀장님께 괜한 소리를 한건
                                                         아닌지….
                                                           돌아오는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왔다.
                                                           중간쯤 오는데 문자를 받았다.
                                                           “비가 와서 고생 많으셨죠?”
                                                           팀장님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보인다.
                                                           통도사에 기도하러 간다는 것은 핑계였던

                                                         건 아닌지, 팀장님 마음 쓰이게 한 게 죄스럽
                                                         게만 느껴진다.
                                                           오며 가며 차안에서 하는 것도 기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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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구 룡
                                                           내 마음에도 부처님의 감로수가 내려지기
        한   족 가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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